정부가 치솟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성 대출 수요를 원천 차단하는 칼을 빼 들었다.
갭투자 수단으로 악용되는 전세대출 문턱을 대폭 높여 규제 대상을 1주택자까지 넓힌다는 것이다.
동시에 실수요자인 청년층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맞춤형 대출 지원책을 함께 가동한다. 아파트에 쏠린 수요를 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분산시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우선 투기 목적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을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다주택자와 투기·투기과열지구 아파트(3억 원 초과) 취득자가 대상이었는데, 여기에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가 새로 들어간다.
새로 규제에 포함되는 대상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부부합산 기준) △해당 주택을 임대차 중 △본인과 배우자 모두 그 집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경우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이다. 단, 직계존비속에게 세를 준 경우는 제외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임차보증금을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축소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은 현행 80%에서 70%로, 그 외 지역은 90%에서 80%로 각각 하향 조정한다. 다만 무주택자는 현행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 조치 역시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도 보수적으로 바꾼다.
금융위는 성과급 등 일시적 소득 증가로 인해 대출 한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득 상승률이 20%를 초과하면 최근 2개년 평균 소득을, 30%를 초과하면 최근 3개년 평균 소득을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반대로 소득이 줄어든 경우에는 최근 1개년 소득으로 심사한다. 시행 시기는 역시 내년 1월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혜택은 늘린다.
정부는 내년 1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신규 출시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만 39세 이하 청년이 4억 원 이하 비아파트(전용 85㎡ 이하)를 생애 최초로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수도권과 규제지역 70%, 그 외 지역 80%가 적용된다.
소득 요건은 7천만 원 이하이며 신혼부부는 합산 소득이 아니라 부부 중 1인 소득을 기준으로 본다. 공급 규모는 연 3조 원, 2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상품이다.
다만 지원 대상에 오피스텔을 포함하려면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이 필요해 올해 하반기 입법이 상품 출시의 과제로 남아있다.
반전세와 전세 지원책도 함께 나왔다.
정부는 전세대출과 월세대출을 하나로 묶은 '청년 전월세결합보증'을 내년 1월 출시한다.
임차보증금의 90%, 최대 2억 원(신혼·유자녀 3억 원)까지 지원하고 보증비율은 100%다. 지방과 저소득 청년에게는 이차보전도 적용한다. 기존 청년특례 전세대출보증은 대상 연령을 만 34세 이하에서 만 39세 이하로 넓혀 올해 10월부터 시행한다.
그동안 '결혼이 페널티다'라는 비판을 불러왔던 보금자리론 부부합산 연소득 제한도 완화한다.
금융위원회는 신혼부부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이 8500만 원을 넘더라도, 부부 중 1인 연소득이 7천만 원 이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고친다. 이 제도 역시 올해 10월부터 적용된다.
청년층이 대출을 받을 때 미래 소득 증가 가능성을 반영하는 '장래소득 인정기준'은 고지가 의무화된다. 현재 금융회사 자율 적용 사항이라 차주가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무주택 청년 근로자가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장래소득 적용 가능 여부와 적용 시 대출 한도를 반드시 안내해야 한다. 이 제도는 이번 달 31일부터 시행한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책도 제시됐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매매 및 임대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여기에 두 가지 예외가 추가된다.
먼저 신축 비아파트를 준공 후 1년 내 최초로 매입하는 경우에는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의 LTV를 적용한다. 민간임대주택법상 등록임대사업자는 지역과 무관하게 60%다.
비아파트 신축 목적으로 멸실 예정 주택을 매입해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 내 멸실하는 경우에는 지역과 관계없이 60%가 허용된다. 두 조치 모두 이달 31일부터 적용된다.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장 이주비 대출이나 신축 단지 중도금, 잔금 대출 등 주택 공급과 직결된 주택담보대출은 금융회사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에서 별도로 분리해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유도한다. 이 제도는 올해 하반기 금융권 협의를 거쳐 시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