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부과했고, 미국 대법원이 위법 행위로 판결한 관세가 최근 기업들에게 환급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환급금이 2분기 수익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기업들은 추가적 관세 납부로 인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한 컨테이너선이 2026년 7월24일 미국 뉴저지주 리버티항에 정박해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각) "미국 대기업들의 관세 환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일부 기업엔 환급금이 실적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에는 큰 재정적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주로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2026년 2월 해당 상호 관세 부과 조치는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위법 행위라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미국 기업은 지난 4월부터 1년간 불법으로 징수된 관세 환급 청구를 시작했다. 환급 절차가 복잡하고 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많은 기업이 신속하게 환급금을 수령했다. 12일 기준 S&P500 기업 중 40곳 이상이 지난 분기 동안 약 96억 달러(약 13조6600억 원)의 환급금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7월31일 기준으로 대법원이 불법으로 판결한 관세에 대한 환급 신청을 25만2천 건 이상 접수했다고 밝혔다. 브랜든 로드 CBP 무역 프로그램 담당국장은 지난 5일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CBP가 처리하고 있는 환급액은 총 1287억 달러(약 183조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환급액을 보고한 기업은 애플(약 22억 달러·약 3조1300억 원), 나이키(9억8600만 달러·약 1조4천억 원), 페덱스(약 8억 달러·약 1조1400억 원), 아마존닷컴(6억4천만 달러·약 9100억 원), 제너럴모터스(5억 달러·약 7100억 원) 등이다.
미국의 관세법상 관세는 물품을 수입하는 미국 내 기업이 신고 및 납부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산 및 해외 생산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미국 기업들에게는 공급망을 미국으로 옮기거나 현지 수입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해당 관세를 내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이에 단기간에 생산 라인을 전부 미국으로 옮길 수 없었던 대다수의 미국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 조달 물량에 관한 관세를 계속 지불해야 했다.
애플이나 제너럴모터스, 나이키는 해외에서 장비, 부품, 제품 등을 수입할 때마다 관세를 지불해야 했다. 페덱스는 수출입업체 및 관세사였기에 관세를 지불했었다. 아마존닷컴은 대부분 제3자 공급업체나 독립 판매업자가 관세를 지불했으나 직접 상품을 수입하거나 비용 증가에 직면한 경우 대부분의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거나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을 전가했다.
업계로 따지면 12일까지 기계 장치·부품 기업들이 6개 기업에 걸쳐 총 25억 달러(약 3조5600억 원)의 환급금을 받아 가장 많은 환급액을 받았다. 애플은 이 가운데 거의 90%를 차지했다.
일부 기업은 관세 환급금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은 2분기 실적에 관세 환급금이 분기 총 순이익의 약 5%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관세 환급으로 얻은 이익도 지금 내고 있는 관세 부담으로 상쇄됐다.
미국의 대표적 건설·광산 장비 기업 캐터필러는 2분기에 3억9200만 달러(약 5600억 원)의 관세 환급금을 받았으나 올해 추가적 환급금은 받지 못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다른 관세 부과로 인해 환급금을 제외하면 올해 총 관세 납부액은 22억 달러(약 3조1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같은 소비자 전자제품에 관해서 관세 특별 면제를 받았다. 그런데 캐터필러의 경우는 중장비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입 강철, 알루미늄 등 수입 원자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원자재는 여전히 산업 관세와 트럼프 대통령이 4월에 신설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의 적용을 받는다.
한편 일부 기업은 환급금을 고객들과 나누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관세 부과로 인해 증가한 비용을 기업이 고객에게 대부분 전가했는데, 환급금을 받았으니 다시 고객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대표적 예시로는 페덱스가 꼽힌다. 페덱스는 지난 6월 "환급금 8억 달러(약 1조1400억 원)을 8월부터 고객들에게 지급하기 시작할 것이다"라며 "웹사이트에서 관세 환급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