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상반기 역대 최대 신규 보험계약마진(CSM)을 냈지만 그 과실이 곳간에 쌓이기 전에 상당 부분이 회계상의 이유로 소진됐다. 신규 계약 당시 예상했던 손해율과 사업비가 실제와 어긋나면서 사후 조정이 이뤄진 탓이다.
보험업계에서도 CSM을 '얼마나 크게 쌓았는가'라는 양적 지표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조정에 따른 손실 규모는 2025년보다 줄었고 계약 유지율도 상승세인 데다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CSM 관리 강화에 나서는 등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신설된 '가치성장부문'의 부문장을 맡아 CSM 중심 가치 경영 체계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한다. ⓒ 한화생명
8월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그 이면의 CSM 흐름을 뜯어보면 양과 질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한화생명 2분기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6268억 원, 당기순이익 5229억 원으로 잠정집계됐다. 2025년 2분기보다 각각 160.4%, 215.5% 올랐다.
특히 상반기 별도기준 신규 보험계약마진(CSM)이 1조3001억 원으로 2025년보다 40.5% 오르며 IFRS17 도입 이후 반기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IFRS17은 2023년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으로 보험사가 미래에 받을 보험료와 지급할 보험금을 현재가치로 추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한 제도다. 과거 기준(IFRS4)에서는 보험료를 받는 시점에 매출로 잡았지만 IFRS17에서는 계약 기간에 걸쳐 나눠서 이익으로 인식한다.
CSM은 신계약이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익을 현재 시점에 묶어둔 값이다. 신계약이 쌓일수록 잔액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로 결산기마다 신규 유입분이 더해지고 계약 기간에 걸쳐 일정 비율씩 상각되며 보험 손익으로 풀려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CSM을 '얼마나 크게 쌓았는가'라는 양적 지표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SM만으로는 산업의 실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규 한국보험계리사회 부회장은 6월 한국보험계리사회 뉴스레터에서 "CSM 확보 수단으로서 신계약 판매활성화 경쟁이 격화되면서 보유계약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계약이 늘어도 계리적 가정이 실제와 달랐던 만큼 CSM 잔액을 사후 조정하는 경험조정 규모가 커지면 잔액 자체는 정체되거나 소폭 증가에 그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계리적 가정이란 보험금 지급 규모를 좌우하는 손해율, 판매·유지 비용을 반영하는 사업비 등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데 쓰이는 기준치를 말한다. 신계약을 판매할 때는 이 가정으로 CSM을 최초 산정하고 결산기마다 실제 손해율·해지율이 가정과 얼마나 달랐는지 비교해 그 차이만큼 CSM을 사후 조정(경험조정)한다.
한화생명의 CSM 증감 내역을 보면 이 흐름이 확인된다.
2025년 말 CSM 8조7140억 원에 상반기 신규 CSM 1조3000억 원과 이자부리 1800억 원을 그대로 더하면 10조1940억 원으로 늘어나야 하지만 CSM 상각분 3730억 원이 빠진 데 더해 경험조정분으로 8930억 원이 깎였다. 최종적으로 2026년 상반기 말 CSM은 8조9280억 원으로 순증 규모는 2140억 원에 그쳤다.
특히 경험조정 감소분이 상각분의 2배를 넘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CSM 소진의 대부분이 이익 실현이 아니라 과거 가정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데 쓰였다는 뜻이다. 신규로 쌓은 CSM의 상당 부분이 온전히 자산으로 남지 못한 셈이다.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CSM을 키우기 위해 계리가정을 낙관적으로 설정한 뒤 결산 시점에 한꺼번에 조정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고 금융감독원은 올해 2분기 결산부터 손해율·사업비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이런 관행을 바로잡고 있다.
신대철 삼정회계법인 금융사업본부 상무는 '월간생명보험' 7월호를 통해 "단순히 숫자로 증명되는 CSM의 총량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은 'CSM이 과연 얼마만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실제 가치로 잔존하는가'이다"라고 말했다.
고무적인 점은 CSM 관련 지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의 CSM 경험조정 손실은 2025년 상반기 985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8930억 원으로 920억 원 줄었다. 계리가정이 한층 엄격해진 이번 분기 기준으로도 손실 규모는 작년보다 축소된 것이다.
유지율 추이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13회차 유지율은 IFRS17이 적용되기 시작한 2023년 83.4%에서 올해 상반기 90.0%로 올랐다. 같은 기간 25회차 유지율도 59.9%에서 77.4%로 크게 개선됐다.
또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신설된 '가치성장부문'의 부문장을 맡으며 CSM 중심의 관리 체계 고도화에 나서기도 했다. 대표이사가 신설 부문을 직접 챙긴다는 것은 그만큼 CSM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중장기납 종신과 치매·간병 건강보험 중심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업 생산성과 채널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안정적 신계약 CSM 확보와 보유계약 CSM 증대를 바탕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균형 있게 관리해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