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기업공개(IPO) 일정을 미룬 오픈AI가 자사 인공지능(AI) 모델이 타사를 해킹하면서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정치권까지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어 오픈AI의 IPO는 순탄하지 못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가운데)가 2026년 7월29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에서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각)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등 AI 기업들의 시스템이 회사 통제를 벗어나 해킹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들 기업에 관한 경각심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7월21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AI 모델의 사이버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오픈AI 모델이 전 세계 최대 오픈소스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에 해킹한 것을 발견했다"며 "오픈AI는 이번 사고를 최첨단 사이버 역량이 동원된 전례 없는 사이버 사고로 판단해 이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 이미 한번 IPO 미뤘는데 : AI 해킹 사건 발생에 '산 넘어 산'
오픈AI가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퓨터 보안 컨퍼런스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오픈AI 직원들은 AI 모델들이 통제를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AI 모델들은 부정행위를 공모하고 5~6월 비밀 내부 게시판에서 메모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아 통제를 뚫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법을 알아냈다.
직원들은 이후 탈출 사실을 발견하고 손상된 통제 시스템을 복구했으나 AI 모델들은 2일 후 다시 통제 시스템에서 탈출했다. 오픈AI는 허깅페이스가 7월16일에 정체불명의 AI 모델에 의해 해킹당했다고 발표할 때까지 자사의 AI 모델이 두 번째로 해킹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에 오픈AI의 IPO가 얼마나 성공적일지에 관한 우려가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월29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오픈AI는 2026년에 IPO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오픈AI는 지난 6월8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비공개로 최초등록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25일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오픈AI는 2026년 3분기 또는 4분기에 IPO를 추진했으나 2027년으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픈AI가 IPO를 미룬 이유는 먼저 투자로 인한 지출 확대에 있다. 오픈AI는 지속적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컴퓨터 파워 및 마케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천문학적 투자 비용에 비교해 수익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특히 중국 AI 기업인 '문샷AI'의 저렴한 AI 모델 'Kimi K3'가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인 '페이블 5'와 견주는 성능을 보이며 이런 시각은 점점 확산됐다. 중국 기업들의 AI 모델은 오픈 소스라는 특성 때문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지 않는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저렴한데, 오픈AI 등 미국 AI 모델은 폐쇄형이라 비싼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AI 모델과 큰 기술적 차이도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스템 해킹 문제까지 발생하며 오픈AI의 통제 능력과 AI 모델의 안전성에 관한 의문 역시 제기되고 있다.
AI 사이버 보안 회사인 엠브로이더리의 잭 코먼 CEO 겸 공동 창립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해킹 사건은 AI 기업이 AI 모델 평가 설계 및 보안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보여준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고, AI 모델이 제멋대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뒀다"고 지적했다.
◆AI 해킹 사건에 정치권은 규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
미국 정치권은 해킹 사건에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진보 진영의 대부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0일 오픈AI, 앤트로픽, 메타의 CEO에 공개서한을 보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기계 개발을 멈춰라"라며 "만일 그렇지 않으면 의회가 개입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만약 오픈AI가 개발을 멈추면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은 '물거품'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레그 카사르 민주당 하원의원을 비롯한 19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10일 서한을 보내 "AI 업계 CEO들을 소환해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AI 모델의 해킹 사건은 미국 국민의 안전 및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명의 공화당 소속 주 법무장관은 지난 3일 해킹 사건 관련해 오픈AI에 공식적으로 관련 문서를 보존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픈AI의 고위험 테스트가 소비자 보호 및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규제 강화 분위기는 오픈AI의 IPO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운영하는 'AI : 미래 및 책임 프로그램'의 책임자 숀 오헤이가르티는 관련해 자신의 링크드인에 "오픈AI에는 IPO를 앞두고 커다란 위험 상황에 빠진 셈인데, 미국 정부는 AI 사이버 보안 관련해 강경한 대응을 했었기 때문이다"며 "예로 앤트로픽의 '미토스 5', '페이블 5' 모델과 관련해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가 사이버 보안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이에 따라 모델 서비스를 전면 금지했었다"고 설명했다.
만일 오픈AI가 증시 상장을 한 다음 보안 우려로 모델 서비스가 금지되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오픈AI에게는 보안 관련해 IPO 이전에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춘은 7일 "오픈AI가 자사 AI 모델의 해킹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이 IPO 초기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오픈AI는 책임감 있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지경에 놓였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