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최근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 관련해 AI 자산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월스트리트의 대규모 자산 운용사들과 손잡고 AI 구축 자금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투자자들은 안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7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일본 AI 생태계 리셉션'에 참여한 다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각) "황 CEO가 월스트리트의 금융계 거물들을 영입하면서 투자자들이 안심하는 조짐이 보인다"며 "그전까지 시장은 엔비디아의 AI 관련 거액 투자와 관련해 회의적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황 CEO는 지난 10일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골드만삭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블랙스톤, 브룩필드자산운용,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6개 주요 금융사와 5천억 달러(약 706조 원) 이상의 자본을 동원해 AI 인프라 투자에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직접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 6개의 금융사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채권 등을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해 AI 기업이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매입하고 오픈AI, 앤트로픽 등 AI 개발사 등에 임대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발표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미국 자산운용사 GW&K투자운용의 브렛 코즐로스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 최대 금융사들이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AI 투자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며 "엔비디아의 인프라 구축 및 고객사들인 AI 기업의 미래 지출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체 채권 헤지 펀드 전략사인 코히어런스크레딧스트래티지스의 살 나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엔비디아의 위험 노출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 처리를 위해 설계된 엔비디아의 강력한 반도체는 최근 AI 데이터센터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AI 붐이 일어나면서 엔비디아는 자사의 반도체 수요 증가에 시가총액 5조2천억 달러(약 7400조 원)를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상장 기업으로 등극했다.
다만 최근 엔비디아의 AI 투자 관련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 일본 금융회사인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허브에서 오픈AI가 컴퓨팅 파워를 임대하는 데 최대 2500억 달러(약 353조 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은 엔비디아가 고객사와 체결하는 최대 규모의 금융 계약 중 하나로 꼽혔다. 엔비디아는 추가로 오픈AI의 반도체 구매 비용 3500억 달러(약 495조 원)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었다.
이에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고객인 오픈AI 등 AI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한 반도체 및 데이터 센터 비용을 충당하려고 엔비디아의 재정적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엔비디아가 순환적 금융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AI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서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하게 하면 당장은 매출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AI 기업사가 구축한 AI 인프라가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나중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엔비디아 채무에 관한 5년 만기 보험 비용은 원금 1천만 달러(약 140억 원)당 연간 4만2천 달러(약 5900만 원) 정도에서 7월 이후 8만2천 달러(약 1억1600만 원)까지 상승했다. 채무에 관한 보험 비용은 자산운용사들이 기업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클수록 보험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이는 시장이 엔비디아의 채무 이행 능력을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11일 기준 엔비디아 채무 관련 5년 만기 보험 비용은 7만3천 달러(약 1억 원)로 전날보다 4천 달러(약 565만 원)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