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먼저 동의하지 않은 텔레마케팅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먼저 동의하지 않았다면 모든 영업전화는 불법이 된다.
프랑스가 11일부터 사전 동의 없는 텔레마케팅 전화를 금지한다. AI 생성 이미지
프랑스 정부가 11일(현지시간) 텔레마케팅 규제 강화법 시행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새 법에 따라 기업은 소비자의 사전 동의 없이 영업 목적으로 전화할 수 없으며, 소비자가 한 번 동의했더라도 언제든 이를 철회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가 칼을 빼든 배경에는 수년간 쌓인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다. 당국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약 4분의 3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원치 않는 영업전화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마케팅 전화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가 정부의 수신 거부 서비스에 전화번호를 등록하는 방식이었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일부 콜센터가 수신 거부 명단을 무시하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불법 영업전화를 걸 경우 제재 수준도 만만치 않다. 개인은 전화 한 통당 최대 7만5000유로(약 1억1000만원), 기업은 최대 37만5000유로(약 5억50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소비자는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불법적 영업전화를 신고할 수도 있다.
다만 소비자가 마케팅 전화 수신에 명시적으로 동의했거나, 기존 계약 관계에 있는 고객에게 새로운 상업적 제안을 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한다.
프랑스의 영업전화 금지가 모로코 일자리까지 흔든다
반면 프랑스의 강력한 규제는 프랑스 시장 의존도가 높은 모로코 콜센터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프랑스의 영업전화 금지령이 모로코 콜센터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지난 5월27일 프랑스의 새 법으로 모로코 콜센터에서 4만~5만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콜센터 업계가 프랑스의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프랑스 시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네스 세쿠리 모로코 경제포용·중소기업·고용·기술부 장관은 지난 3월 프랑스 시장이 모로코의 해외 고객 대상 콜센터 산업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모로코 콜센터 산업에는 약 1억 달러가 투자됐으며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는 낮은 인건비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대규모 노동력을 바탕으로 프랑스 기업들의 주요 아웃소싱 거점으로 성장했다. 프랑스에서 텔레마케팅 자체가 줄어들면 프랑스 기업의 콜센터 외주 수요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도 원치 않는 영업전화 수신을 막기 위한 ‘두낫콜(Do Not Call)’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4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 등록시스템(두낫콜)’을 운영하고 있다. 두낫콜에 수신 거부 의사를 등록한 소비자에게는 전화권유판매를 할 수 없다.
프랑스는 소비자의 사전 동의(옵트 인, opt-in) 없이는 원칙적으로 텔레마케팅 전화를 할 수 없도록 한 반면, 한국의 두낫콜은 소비자가 먼저 수신 거부 의사를 등록하는 수신 거부(옵트 아웃, opt-out) 방식이다. 즉 프랑스는 ‘동의한 사람에게만 전화’, 한국은 ‘거부한 사람에게는 전화하지 않는’ 방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