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회사에 들어 오는 플랫폼기업들의 인재추천 요청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직무명과 상세 업무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기업이 원하는 경험과 후보자가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이미경 커리어케어 C&R팀 상무(사진)가 플랫품 비즈니스 채용과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사항들을 짚었다. ⓒ커리어케어
아마도 플랫폼기업의 채용이 직무 자체보다 사업이 현재 풀어야 할 문제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플랫폼기업은 채용과정에서 직무 적합성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능력을 더 중시한다.
사업이 달라지면 인재의 기준도 달라진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사업의 핵심 과제는 빠르게 바뀐다. 서비스 초기에는 사용자 확보와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리텐션과 이용 빈도를 주목하게 되고, 성장 이후에는 수익화와 운영 효율이 핵심과제가 된다.
국내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은 글로벌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면 광고나 커머스, 금융, 콘텐츠와 같은 인접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
이러한 변화는 필요한 인재의 경험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사용자 획득이 중요한 시기에는 빠른 성장을 만들어본 경험이 중요하지만, 서비스가 성숙하면 기존 고객의 재방문과 이용 빈도를 높인 경험의 가치가 비중을 차지한다.
신규 사업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한 경험보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0에서 1로 만들어본 경험이 필요할 수 있고, 수익화 단계에서는 사용자 경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구조를 함께 이해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플랫폼기업의 채용에서 직무기술서(JD, Job Description)만큼 중요한 것은 '지금 이 포지션을 채용하는 이유'다. 채용의 배경을 이해해야 필요한 인재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경력'보다 '적합한 경력'
플랫폼기업이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전 회사에서 같은 직무를 경험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회사와 직무의 유사성만으로 적합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경험했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같은 커머스 플랫폼에서도 기업 간 거래 성사 대행(Marketplace), 판매자 기반 확장(Seller Growth), 멤버십(Membership), 고객 주문 처리(Fulfillment)처럼 경험한 영역에 따라 전문성이 달라진다. 콘텐츠 플랫폼 역시 콘텐츠 확보, 글로벌 유통, IP 사업, 광고 수익화는 서로 다른 경험이다.
반대로 산업이 달라도 유사한 고객 구조나 비즈니스 모델, 성장 과제를 경험했다면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사업영역이 서로 맞물리고 경계가 흐려질수록 이러한 다양한 산업에 걸친 역량(Cross-industry Talent)의 활용 가능성도 커진다.
플랫폼기업은 인재를 채용할 때 회사·기능(Company–Function) 중심에서 사업·문제(Business–Problem) 중심으로 기준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어디에서 같은 일을 했는가'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풀어 본 사람인가'를 봐야 한다.
후보자를 판단할 때도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업무의 목록보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으며,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플랫폼 인재의 경쟁력은 직무보다 해결한 문제의 난이도와 범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낸 성과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공지능(AI)는 기존 직무의 정의까지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AI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졌다. AI 관련 직무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더 큰 변화는 기존 직무 안으로 AI가 들어오면서 역할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과 서비스 기획, 콘텐츠 제작, 마케팅 개인화, 개발 생산성은 물론 법무와 컴플라이언스의 규제 대응까지 AI의 영향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AI 역량도 단순히 특정 기술이나 도구를 사용해본 경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졌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자신의 전문 영역과 결합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앞으로 플랫폼 인재에게는 현재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사업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전문성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채용의 출발점도 JD에서 '미션'으로
전통적인 JD는 담당 업무와 필요 경력, 자격 요건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인 채용 기준일 뿐, 이것만으로는 플랫폼 조직이 실제 원하는 인재를 충분히 정의하기가 어렵다.
특히 핵심 포지션일수록 '무엇을 할 사람인가'보다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인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랫폼 경력 7년 이상'이라는 조건보다 입사 후 이 사람이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와 기대 성과를 먼저 정의하면 필요한 경험은 훨씬 선명해진다. 후보자를 평가할 때도 경력 연차와 회사, 직무의 유사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어떤 문제를 정의했고, 어떤 의사결정을 했으며, 실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채용의 정교함은 자격 요건을 얼마나 세밀하게 나열하느냐에 있지 않다. 사업의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재의 미션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플랫폼기업의 채용 경쟁력은 오히려 여기에서 시작된다.
변화하는 사업일수록, 채용의 해석력이 중요해진다
플랫폼산업의 경계는 계속 흐려지고 있다. 커머스는 광고와 금융으로, 콘텐츠는 IP와 커머스로 확장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도 낮아지고 있으며 AI는 거의 모든 직무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사업의 경계가 움직이는 만큼 인재를 바라보는 기준도 직무와 산업의 경계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플랫폼 인재를 향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어떤 직무를 해왔는가"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왔는가"로. 채용과정에서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회사 사람을 찾아야 하는가"에서 "우리 사업의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로 변해야 한다.
플랫폼 채용의 전문성은 그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경험과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서치펌 커리어케어에는 많은 플랫폼회사들이 경영진이나 중간간부, 혹은 핵심인재 추천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포지션처럼 보여도 기업의 성장단계와 사업방향에 따라 요구하는 인재상이 한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는 기업이 당면한 사업과제를 어떻게 인재의 미션으로 전환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기업들과 후보자에게 제안하고 있다. 이미경 커리어케어 C&R팀장/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