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에서 바퀴벌레가 떼로 출몰하고 방제 민원까지 폭증하면서, 기후변화가 키운 ‘바퀴벌레의 여름’이 현실이 되고 있다.
바퀴벌레. AI 생성 이미지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바퀴벌레 방제 민원은 2021년 2379건에서 2025년 1만1789건으로 5년 만에 약 5배 늘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2379건, 2022년 3905건, 2023년 5470건, 2024년 724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만 건을 넘어섰다.
올여름 바퀴벌레 방제 민원이 폭증한 데에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도시의 습한 서식 환경, 먹이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는 바퀴벌레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감염병 저널: 원헬스'에 실린 '도시 해충으로서의 바퀴벌레 : 과제와 공중보건학적 영향 및 관리 전략'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바퀴벌레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넓어지면서 분포 지역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리뷰 논문 '이상기후가 바퀴벌레와 파리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기온과 습도, 강수량 등의 변화가 바퀴벌레의 활동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폭우나 홍수로 기존 서식지가 훼손되면 바퀴벌레가 새로운 환경을 찾아 이동하면서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사람과 접촉할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퀴벌레는 높은 적응력과 빠른 번식력을 갖고 있어 주거지와 식당, 병원 등 도시 공간에서도 쉽게 살아남는다. 바퀴벌레는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을 옮길 수 있으며, 침과 배설물, 소변, 사체 등이 집먼지와 섞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어린이의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천식 발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바퀴벌레 증가 우려는 서울 도심의 실제 풍경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서울로7017의 화단과 벤치 주변, 보행로 곳곳에서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기어 다니는 모습이 공개됐다. 시민들이 오가는 도심 한복판에서 바퀴벌레 떼가 발견되자 서울시는 현장 확인에 나서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눈에 보이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한 마리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바퀴벌레는 벽 틈이나 배관 주변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집단으로 서식하기 때문이다. 몇 마리가 반복해서 발견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상당한 개체가 번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바퀴벌레가 발견됐을 때는 단순히 눈앞의 개체를 잡는 것보다 서식 공간을 찾아내고 재발을 막는 관리가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따뜻하고 습한 날씨와 바퀴벌레 증가의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다. 호주 공영방송 ABC News는 2026년 2월 따뜻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바퀴벌레가 급증했다는 현지 주민들의 제보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따뜻하고 습한 환경은 바퀴벌레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 뿐 아니라, 비가 내리면 바퀴벌레가 건물 내부로 들어올 가능성도 커진다. 기온이 오르면 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결국 기온이 오르고 습한 날씨가 잦아질수록 바퀴벌레가 활동하고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서울의 방제 민원이 급증하고 도심 한복판에서 바퀴벌레 떼가 출몰하는 현상을 여름철 불청객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