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최대 5만 명이 러시아에 추가로 파병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에 방공시스템과 드론 협력을 요청했다.
미국이 미국-이란 전쟁으로 방공미사일이 떨어지고 우크라이나 지원이 막히자, 한국 정부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파병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을 유럽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러시아 영토에 배치되는 북한군이 수백명에서 수천명으로, 이제는 3만~5만 명 규모로 늘어나기로 결정됐다"며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니, 한국 정부도 자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쪽은 한국의 방공시스템을 탐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벌이고 있는 미국-이란의 여파라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공미사일 추가지원 요청을 두고 '미국도 필요하다'며 사실상 거절의사를 밝혔고, 내부적으로는 미국 방산업체에 증산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한국에 대한 방공무기 지원요청은 반복해 왔다. 최근에 러시아의 미사일이 수도 키이우를 직접 타격하는 등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요청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북한 파병설을 무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북한군 5만 명 규모 파병설'이 현재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주장에 가깝다. 기존에 확인된 북한군 파병도 대체로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에 국한됐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군에 밀리면서 '역공'을 위해 러시아 영토온 쿠르스크를 침공한 바 있다. 초반 군사적 성공을 거두는 듯 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최정예 부대의 막대한 피해와 함께 획득한 러시아 영토도 되돌려줘야 했다. 이 전역에서 북한군이 러시아와 함께 싸웠다. 요컨대 북한군은 러시아 영토 안에서만 군사활동을 벌였다. 이번에 추가로 파병된다고 해도 옛 우크라이나 영토인 돈바스 지역이 아니라 러시아 본토 후방에 배치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영토에만 배치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이 무리함을 넘어서 유럽전쟁을 아시아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글로벌 외신과 싱크탱크들은 북한군 파병이 유럽전쟁을 아시아와 태평양까지 확전시킬 수 있다고 바라보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024년 사설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최악의 경우 유럽전쟁을 아시아와 태평양을 아우르는 글로벌 분쟁으로 키울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북한군의 파병을 더 큰 사안으로 만들게 되면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와 태평양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의 대공무기 지원요청을 거절하고 방탄복을 비롯한 비살상 물자만 보낸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청와대와 국방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