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내내 정청래 전 대표 체제의 지방선거 패배와 당정관계 실패를 주장해온 친석(친김민석)계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까지 전임 지도부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처음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김민석 후보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며 전당대회를 '명심 경쟁'의 장으로 달군 청와대의 책임은 외면한 채 애꿎은 전임 지도부만 공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부터),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9일 대구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43.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이날 발표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4.6%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보다 1.3%포인트 높았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민주당 지지율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 긍정평가 하락세는 17일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와 친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지방선거 패배와 불안정한 당정관계를 거듭 문제 삼아온 데 더해 대통령 지지율 하락까지 전임 지도부 책임과 연결하고 있다.
김 후보는 4일 전북 익산시에서 열린 '김민석의 백문백답2' 행사에서 "우리가 선거를 못 해서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정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5일 KBS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제1과제로 '당의 안정과 당정관계의 안정'을 꼽았다. 그는 "당의 리더십이 안정적이지 않으니까 결국 선거가 흔들렸고 증시가 흔들리고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도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분신'이라고 표현했던 김용 최고위원 후보는 지난달 2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지방선거를 통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선거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지도부에서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당 지도부에서 청와대로 돌리면서 굉장히 혼란이 있었다. 이게 빨리 극복이 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선원 최고위원 후보 역시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정청래 전 대표 체제의 당정관계를 문제 삼았다. 박 후보는 정부 정책을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다시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당 지도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친석계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까지 전임 지도부 탓으로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이 같은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리얼미터는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과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 육사 관련 발언과 경제 문제 등을 꼽았다. 민주당 지지율도 전주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44.6%로 대통령 긍정평가(43.3%)를 웃돌았다.
당 자체에 대한 지지가 대통령 지지도보다 높게 나타난 만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전임 지도부의 당 운영이나 당정관계에서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령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타난 당내 분열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이를 전임 지도부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이번 전당대회가 대통령의 뜻을 누가 더 잘 받드느냐를 겨루는 '명심 경쟁'으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청와대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김 후보가 당권 도전을 준비하던 6월7일 후임 국무총리 인선을 발표하며 "지난 1년 이재명 정부의 성과는 사실상 김 총리의 성과라 불러도 과히 틀리지 않다"고 치켜세우며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6월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유럽 순방길을 배웅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 자신도 유럽 순방 환송 행사를 통해 '명심' 논란에 불을 질렀다. 6월9일 열린 이 대통령 해외순방 환송 행사에는 정청래 당시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않은 반면 김 전 총리는 자리를 함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순방 환송 행사에 여당 지도부가 빠진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 청와대는 선거관리 부실 사태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후보에게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당대회가 본격화한 뒤에는 '명픽'이 판세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와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후보들은 일제히 '명심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당대회 이후 갈등 봉합까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만큼 당내 대립은 깊어진 상태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의 분열 국면을 꼽는다면, '명심 경쟁'에 불을 붙여 갈등을 키운 청와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3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지난 6일과 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