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아파트 지하주차장. 빈자리를 찾아 기둥 사이를 두세 바퀴 돌아본 경험은 대부분의 운전자에게 낯설지 않다. 겨우 한 자리를 찾아도 양옆 차와의 간격이 좁아 문을 반쯤만 열고 몸을 비집고 나와야 하는 일도 흔하다.
이 익숙한 풍경이 머지않아 바뀔지 모른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사람 없이 주차로봇만 분주히 움직이는 날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현대건설이 구성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이 경기도 시흥시의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8월10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위아 주차로봇이 차량 바퀴를 들어올린 모습.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현대위아·현대건설로 구성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8월10일 밝혔다. 그간 산업단지 등에서 부분적으로 시범운영 돼왔던 주차로봇이 아파트 등 주거영역으로 진출하며 주차난이 해소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실증사업 핵심은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이다. 지하 1층 주차장의 53면 규모의 별도 구역을 지정해 주차로봇 전용 공간으로 활용한다.
주차로봇은 두께 110mm의 넓은 판 모양으로, 2대가 한 쌍으로 움직인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키오스크나 공동주택 월패드로 로봇을 호출하면 로봇 한 쌍이 자동차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로봇은 라이다(LiDAR) 센서로 타이어의 크기와 위치를 읽어낸 뒤, 팔을 뻗어 네 바퀴를 부드럽게 들어올린다.
최고 속도는 초속 1.2m로 최대 3.4톤급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어, 사람이라면 몇 번을 꺾어야 할 좁은 공간에도 차를 밀어 넣을 수 있다. 운전자가 내릴 공간을 남겨둘 필요가 없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차를 세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방식으로 빈 주차 공간을 탐색하는 시간을 줄이고, 동일 면적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향상된 주차 수용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 분리를 통해 주차장 내 안전사고 위험을 낮추고, 불필요한 차량 이동을 최소화해 탄소 배출 및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은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스마트실증사업으로, 국토교통부의 승인과 국비 지원을 통해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실증 기간 동안 차량 1대당 입·출차 소요시간, 이용자의 실제 대기시간, 주차 성공률, 로봇 가동률, 월간 수행 건수, 주차면 효율 개선율 등을 측정한다.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차로봇 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 가상환경 모델을 구축해 주거, 상업, 업무, 교통거점, 공공, 문화 건물 등 다양한 유형의 주차 공간 레이아웃을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스마트도시 시대의 새로운 주차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공동주택이라는 실제 생활 환경에서 주차로봇의 운영 안정성, 효율성, 사용자 편의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향후 국내외 다양한 도시 공간으로 확산 가능한 표준 모델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