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리조트에서 등딱지에 소원과 이름 등을 빼곡하게 적은 대형 거북이가 발견된 가운데, 최근 국내 곳곳에서 외래종 동물을 무분별하게 자연에 풀어놓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래종을 하천 등에 무단 방류하는 사람들. AI로 생성한 이미지.
지난 9일 부산 기장군의 한 리조트 구역 내 카페 앞 배수로에서 몸길이 약 30㎝에 달하는 대형 거북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 거북이의 등딱지에는 집 주소와 소원, 사람 이름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장 사진을 토대로 이 거북이가 국내 생태계에 유입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외래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방생할 때는 자라를 주로 쓰는데, 자라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문제의 거북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시아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소원이나 종교적 의식을 위해 강과 호수, 연못 등에 자라나 거북이, 물고기 등을 풀어주는 방생 문화가 이어져 왔다. 이번 사례 역시 이 같은 방생 문화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허나 국내에서 동물 방생은 맘대로 하는 게 아니라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방생 장소가 하천·공원·보호구역·사유시설 등에 해당하면 관련 법령이나 관리기관의 규정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생태계 교란 생물과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은 생태계에 방출·방생·유기·이식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학술연구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방생에 일정한 절차를 요구하는 이유는 생명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취지와 달리, 동물의 종류와 방생 장소에 따라 자연 생태계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래종이 자연환경에 정착하면 토종 생물의 먹이와 서식 공간을 빼앗거나 기존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에서는 키우던 외래종이나 야생동물을 자연에 풀어놓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 여주시 소양천에서 샴악어가 발견된 데 이어 외래종 뱀 등이 출몰하면서, 무분별한 방생과 유기가 국내 생태계에 예기치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래종 유입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관련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현황을 종합한 '2024 국가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유입주의 생물 지정 종수는 2015년 55종에서 2024년 853종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도 18개 분류군에서 40개 분류군(1속 39종)으로 확대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관리 대상 역시 늘었다. 2015년 246종이었던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024년 282종으로 증가했으며, 현재 Ⅰ급 68종과 Ⅱ급 214종이 관리되고 있다. 유입주의 생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지정 종수가 함께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두 현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에서 외래종과 생태계 위해 가능성이 있는 생물에 대한 관리 대상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외래종이 국내 자연환경으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 가운데 하나로 하천과 같은 수계가 꼽힌다는 점이다.
하천과 하구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공간인 동시에 서로 다른 생태계를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국립생태원의 하구습지 조사에서도 황새와 귀이빨대칭이, 금개구리, 가시고기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확인됐다.
특히 이동 범위가 제한적인 양서류와 어류, 거북류 등은 새로운 경쟁자가 서식지에 유입될 경우 먹이와 공간을 둘러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외래종이 특정 지역에 정착할 경우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토종 생물의 서식 환경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2023년 발표한 침입외래종 평가에서 전 세계적으로 3500종이 넘는 유해 침입외래종이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침입외래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2019년 기준 연간 423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환율에 따라 약 560조원에 해당한다.
IPBES는 외래종의 유입과 확산을 육지·해양 이용 변화, 생물종의 과도한 착취,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5대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