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증권사는 목표주가의 하향 이유로 증시 변동성을 꼽았다. 변동성이 극심한 국면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적을 발표한 8월6일과 이튿날인 7일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는 각각 2.63%, 7.84% 하락했다.
여기에는 한투지주의 오래된 숙제인 ‘증권사 편중’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역대급 실적이 역대급 증시 호황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보니,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실적을 냈다고 하더라도 ‘하반기 증시가 지금같지 않다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 비증권 자회사도 뛰었다, 하지만 증권은 더 높이 날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조4505억 원, 당기순이익 1조9150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9.6%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상반기 순이익은 1조7311억 원으로 그룹 전체의 90.4%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그룹 전체 순이익보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이 더 컸던 만큼 비중 자체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비증권 계열사가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595억 원으로 589.2% 급증했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75.5%, 한국투자캐피탈은 58.0%,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4.0%씩 늘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증권을 크게 웃돈다. 문제는 절대 규모다. 순이익을 68.8% 늘린 한국투자증권의 규모가 압도적이어서 비증권 계열사들의 선전이 크게 부각받지 못했다. 비증권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한국투자저축은행(한국투자증권 자회사 제외)조차 순이익은 한국투자증권의 10분의1 수준이다.
◆ 김남구의 증권 편중 돌파구는 보험, 경쟁자 흥국·한화와는 셈법이 다르다
8월7일 마감된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는 한화생명, 흥국생명과 함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이탈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목적은 나머지 두 곳과 다르다.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이 보험업의 외형 확대를 노린다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보험업 진출 자체가 핵심이다. KDB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그룹 전체 순이익의 0.67% 수준으로, 외형 확대와는 애초에 거리가 먼 매물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현재 증권과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나 보험사는 없다. 경쟁사 미래에셋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이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KDB생명을 인수하면 생명보험업 면허와 기존 보험계약 기반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진입을 망설이게 만들었던 매물의 체질도 달라졌다. KDB생명은 상반기 순이익 12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6월 말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9673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1%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3분기 안으로 KDB생명의 CSM이 1조 원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남구 회장이 보험업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보험사 자산의 특성이 한투그룹의 다른 사업들과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총자산은 1분기 말 16조5576억 원이다. 보험사 자산, 특히 생명보험사의 자산은 만기가 긴 보험부채에 대응해야 해 부동산·인프라 등 장기 실물자산과 성격이 맞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실물·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6월 말 기준 운용자산 11조3천억 원)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선한 부동산·인프라 딜을 계열 운용사가 상품화하고 보험 계열사가 장기 자금으로 받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 KDB생명 인수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수 '이후'에 있다, 시너지는 정상화 이후
다만 보험업 진출 '교두보'의 값이 인수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KDB생명의 1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적용 기준 186.1%지만, 경과조치를 빼면 74.5%로 떨어진다. 같은 기준 기본자본 K-ICS 비율은 -25.2%다.
내년부터는 기본자본 K-ICS 비율 50% 규제가 시행된다. 인수 이후에도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산업은행은 최대 5천억 원 안팎의 사전 증자를 검토하는 반면, 인수 후보들은 1조 원에 육박하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인수 가격보다 인수 이후의 자본 부담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인수합병의 관건인 셈이다.
자산운용 시너지 역시 자본이 정상화된 뒤에야 작동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인프라 등 실물자산은 K-ICS에서 요구자본 부담이 큰 자산군이어서,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오히려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