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가 2분기 흑자 전환으로 체질 개선 전략의 효과를 일부 확인했지만 본격적 실적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매출은 회복 신호를 보였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부진했고, 체질 개선도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취임한 김종윤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체질 개선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성장 모델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용 효율화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미 선점된 고객 생태계 속에서 소비자가 다시 롯데하이마트를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더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김종윤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인 조직을 이끌며 고객 생태계 경쟁에 대응할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회복 신호와 수익성 부진이 동시에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9억 원으로 1분기 적자에서는 벗어났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3%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13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매출은 지난해 부가가치세 환급 영향을 제외하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6월 총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어 회복세를 보였다.
이번 실적은 체질 개선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점포 효율화와 비용 구조 개선 등의 영향으로 분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고마진 대형가전과 생활·주방가전 판매 비중 축소로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비용 절감을 통한 실적 방어에는 성과를 냈지만 성장 동력 확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김 대표가 마주한 시장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국내 양판시장은 더 이상 가격 경쟁이나 점포 수 경쟁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제조사의 직영 판매 확대와 이커머스 성장으로 유통업체의 중간 역할이 줄어들면서, 제품을 한 번 판매하는 것보다 고객과 관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양판점의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비교·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제조사와 플랫폼이 고객 접점을 직접 확보하면서 양판점의 중개 기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경쟁력 역시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보다 이를 하나의 고객 경험으로 연결해 반복 구매를 이끌어내는 운영 역량에서 갈리는 구조다.
대표 사례가 쿠팡이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로켓설치, A/S, 와우 멤버십을 하나의 서비스로 묶어 구매 이후까지 고객 경험을 관리하고 있다. 배송 편의성과 멤버십 혜택을 기반으로 고객이 플랫폼 안에서 반복 구매하도록 만드는 이른바 '락인(lock-in)' 전략을 강화하면서 가전 역시 단순 판매가 아닌 고객 관계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조사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AI 가전과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LG전자는 씽큐와 구독 사업을 통해 제품 판매 이후까지 고객을 관리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생활가전 시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중심으로 형성된 데다 객단가와 수익성이 높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프리미엄 대형가전일수록 제조사 직영 판매와 구독 서비스 비중이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구독 매출도 지난해 전년보다 29% 증가한 2조5천억 원에 육박하며 제품 판매 이후 고객 관리 사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이러한 구조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유통업체인 만큼 제조사와 협력하면서도 자체 고객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조사가 고객 접점을 직접 관리할수록 유통업체의 역할은 단순 판매 채널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롯데하이마트도 양판점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 제조사 직영 서비스가 자사 제품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롯데하이마트는 브랜드와 구매처를 가리지 않고 클리닝과 이전설치 등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이슨과 로보락 등 다양한 브랜드의 구독 상품도 운영하는 만큼 특정 제조사에 한정되지 않는 멀티브랜드 서비스는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