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절반 넘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목표 상향의 근거가 된 사업이 지난해 1조 원 가까운 손실을 안긴 해외 플랜트에 집중돼 있어, 플랜트 리스크 관리 역량이 김보현 대표이사 사장의 실질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신규수주 목표가 절반 넘게 높아지면서 플랜트 리스크 관리 역량이 김보현 대표이사 사장의 실질적 시험대로 떠올랐다. 사진은 김 사장(왼쪽 두 번째)이 가덕도를 방문해 공사 예정지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모습. ⓒ대우건설
8월5일 건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하반기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를 앞세워 연간 신규수주 목표를 대폭 상향했지만, 2025년 빅배스(부실을 특정 회계연도에 한꺼번에 반영해 손실을 미리 털어내는 회계 처리)의 진원지였던 플랜트 부문에 신규 수주 포트폴리오가 쏠리면서 리스크와 수익성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건설은 8월4일 공시를 통해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기존 18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1.5배 상향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대우건설의 신규수주 실적은 7조1285억 원이다. 나머지 20조 원에 달하는 수주가 하반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기존 목표에서 9조 원이 대폭 늘었지만 이조차 예상 수주 금액을 보수적으로 추산한 것에 가깝다. 하반기 수주가 임박한 5개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합쳐 18조 원 규모로, 대우건설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 가운데 절반 금액만 신규 목표치에 반영했다.
가이던스 상향의 근거로 작용한 5개 프로젝트는 토목 사업인 가덕도신공항을 제외하곤 모두 대형 플랜트 사업에 해당한다. 가덕도신공항,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LNG),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LNG, 체코 두코바니 원전,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등 단일 사업만으로도 커다란 이벤트가 되기 충분한 규모의 사업이 하반기에 연달아 포진해있다.
대규모 플랜트 사업은 2025년 대우건설이 빅배스를 단행하게 한 주 원인이기도 한 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2025년 4분기 빅배스를 통해 대규모 손실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우건설은 영업손실 8154억 원, 당기순손실 9161억 원을 냈다. 해외 토목 및 플랜트 사업이 대규모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대우건설은 이라크 침매터널 공사에서 2170억 원, 싱가포르도시철도 공사에서 2147억 원, 나이지리아 NLNG T7 공사에서 1550억 원씩 발생한 추가 원가를 일시에 반영했다.
세 건의 원가 상승 요인은 모두 대우건설의 시공 능력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라크 침매터널은 공기 지연, 싱가포르도시철도는 발주처의 공사계획 변경, 나이지리아 NLNG T7은 현지 생산업체 자재의 성능 미달에 따른 재시공이 원인이었다.
플랜트와 해외 토목은 설계·조달·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으로 3~5년 이상 장기 진행되는 데다 자재나 환율 등 외부 변수의 변동분을 시공사가 대부분 떠안는 경우가 많다. 분양률로 수익성을 비교적 일찍 확인할 수 있는 주택사업과 달리 준공이 임박해서야 원가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아, 손실이 뒤늦게 한꺼번에 드러나는 것도 특징이다.
대우건설의 매출에서 토목 및 플랜트 사업 매출 비중은 최근 5년간 30% 수준이다. 건축 사업의 매출이 60% 수준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출 비중이 작지만 2025년 빅배스에서는 손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요 리스크로 부각됐다.
대우건설의 빅배스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했다. 부실을 한 번에 털어낸 덕에 올해 실적은 반등했지만, 그 대가는 외부 평가에서 드러났다.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우건설의 경영평가액은 지난해 1조5391억 원에서 0원으로 처리됐다. 상위 20개 건설사 가운데 경영평가액이 0원인 곳은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에 경영평점을 곱해 산정하는데, 대규모 순손실로 경영평점이 0 이하가 됐다. 이에 따라 시공능력평가액은 11조8969억 원에서 9조9249억 원으로 16.6% 줄었고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대우건설 정기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 기존 거점 국가에서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함으로써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수익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플랜트 부문 수익률 회복이 더디다는 점도 대우건설이 잠재적으로 안고 있는 플랜트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게 한다. 대우건설은 2분기 건축 부문에서 매출총이익률(GPM)이 21.6%를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빅배스 효과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바라봤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축 부문 GPM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15.6%로 높은 수준"이라며 "2025년 4분기 빅배스 이후 원가율 정상화 흐름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플랜트 부문의 2분기 GPM은 3.4%로 빅배스 이후에도 수익률 회복 속도가 더디다. 상반기로 봐도 건축 부문 GPM이 2025년 같은 기간 11.4%에서 21.2%로, 토목 부문이 2.8%에서 9.2%로 개선되는 동안 플랜트 부문만 20.6%에서 10.7%로 낮아졌다.
대우건설의 재무 체력이 대형 플랜트 수주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우건설의 순차입금은 2025년 1조8202억 원에서 2026년 3월 2조1052억 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은 2025년 284.5%에서 2026년 6월 266.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00%를 크게 웃돈다. 미착공 사업장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도 지난해 4845억 원에서 올해 6월 6695억 원으로 38.2% 늘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양질의 수주 확대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