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빗썸에셋(옛 빗썸에이) 대표이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빗썸 그룹의 동일인이다. 그리고 이 대표가 보유한 빗썸 주식은 0주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빗썸 경영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영향력의 단초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사회다.
빗썸의 이사회 구조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빗썸이 2028년 기업공개(IPO) 완료를 목표로 단계별 상장 로드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빗썸은 올해 안에 내부통제 고도화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전환 준비를 마치고, 2027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2028년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빗썸이 2028년 상장을 목표로 IPO 로드맵을 밝혔다. 사진은 빗썸그룹 동일인인 이정훈 빗썸에셋 대표이사.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상장하려면 이사회 대폭 개편 불가피한데, IPO 로드맵에는 없다
5일 빗썸의 상장 로드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빗썸이 상장 준비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항목 가운데 '이사회 구성의 변화'는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이 공개한 로드맵은 크게 네 갈래다. 내부통제 체계 강화, K-IFRS 전환, 인적분할을 통한 사업구조 개편, 공시 확대다.
그러나 상장을 위해서는 이사회 개편은 선택이 아니다. 상법 제542조의8과 그 시행령은 상장회사가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사외이사가 3명 이상이면서 이사 총수의 과반이어야 한다.
빗썸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31일 기준 빗썸의 자산총계는 3조140억 원이다. 빗썸이 상장한다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해당한다.
현재 빗썸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재원 대표이사와 황승욱·이정아·임정근·고두민 사내이사다.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다.
이사회 내 위원회도 없다. 공시의 '이사회내 위원회 설치·운영 현황' 항목은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돼 있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돼 있지 않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어려울 경우 선임사외이사 선임을 권고하고 있으나 사외이사가 없어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태다.
물론 빗썸은 아직 비상장사이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도 아니다. 현재로서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어 위법 사항은 아니다.
다만 상장을 하려면 현재 5명(감사 제외)으로 구성돼있는 이사회에서 절반 이상인 3명을 교체하거나, 교체 없이 간다면 사외이사 6명을 새로 채워야 한다. 어느 쪽이든 이사회 구성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뜻이다.
이사회 구성이 변화 없이 유지되는 사이 그룹의 덩치는 커졌다. 공정위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빗썸 그룹의 기업집단 순위는 2025년 90위(계열사 20개·자산 5조2070억원)에서 2026년 76위(22개·6조5730억원)로 14계단 뛰어올랐다.
◆ '옥상옥의 옥상옥' 지배구조와 내부인사 100% 이사회
이사회 5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외부 시각을 대변하는 자리가 애초에 설계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재원 대표이사와 이정아 사장은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재원 대표는 이정훈 대표가 아이템매니아를 운영하던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함께한 최측근이다. 이재원 대표는 빗썸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는 빗썸홀딩스, DAA, SGBTC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기도 하다.
이정아 사장 역시 빗썸 설립 당시부터 이정훈 대표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부사장에서 자문실 사장으로 승진했다.
황승욱 부대표는 이정훈 대표가 아니라 이재원 대표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이 대표이사는 2017년, 황 부대표는 2020년 빗썸에 합류해 6년 동안 함께 일해왔다.
이런 빗썸의 이사회 구조는 오너인 이정훈 대표가 빗썸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빗썸의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공정위의 빗썸 소유지분도와 빗썸홀딩스의 6월 공시에 따르면 빗썸의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73.6%)다.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DAA(34.2%, 동일인측 지분 합계 54.01%), DAA의 최대주주는 BTHMB(48.5%, 동일인측 지분 합계 67.2%), BTHMB의 최대주주는 SGBTC(95.8%)다. 그리고 SGBTC의 최대주주가 이정훈 대표(50%)다. '옥상옥의 옥상옥'이라 할 만한 구조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SGBTC의 2대 주주는 김병건 BK그룹 대표(49.99%)다.
이런 지배구조 아래에서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정훈 대표가 보유한 빗썸 주식은 0주다. 친족과 비영리법인 보유분도 없다. 복잡한 계열회사 구조를 거치며 희석된 지분을 이사회 구조를 통해 보완함으로써 이 대표가 빗썸에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둔 셈이다.
이사회를 바꾸는 일은 곧 이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잡음 없는 상장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빗썸 관계자는 “당사는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상장 규정 등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필요한 지배구조와 경영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갖춰 나갈 것”이라며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핵심 경쟁력인 시스템 안정성과 고객 자산 보호를 바탕으로 글로벌 상장사 수준의 경영관리 체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