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드론이 사람을 집요하게 쫓아가다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엑스(X)에 공개한 영상이다. 드론이 민간인을 추적하다가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엑스 계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선 인접 도시 헤르손에서 러시아 드론이 한 민간인을 추적해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드론은 채소를 팔던 남성의 차량 주변을 맴돌며 따라붙었다. 남성이 도망치려 하자 드론도 방향을 틀어 쫓아갔고, 결국 남성 옆에서 폭발했다. 로이터가 영상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는 52세 남성으로 파편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러시아군의 ‘인간 사파리’라고 표현했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로 사람을 확인한 뒤 마치 사냥감처럼 집요하게 따라가 공격하는 행태를 빗댄 표현이다. 특히 소형 공격 드론은 실시간 영상을 통해 표적을 확인하고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어 특정 대상을 추적·공격하는 데 활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헤르손의 평범한 시민들은 매일 러시아군의 이런 ‘사파리’에 노출돼 있다”며 “러시아가 이성을 잃었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죽이고 학대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헤르손은 드니프로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군 통제 지역과 마주한 전선 인접 도시로,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이 반복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드론 공격이 민간인에게 가하는 위협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2026년 5월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확인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만6126명에 달한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민간인 피해는 6만2716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 5월에는 단거리 드론 공격으로만 민간인 64명이 숨지고 539명이 다쳤다. 유엔은 전선 인근에서 사용되는 단거리 드론이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다만 유엔이 확인한 수치는 실제 피해의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2026년 8월3일(현지시각)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변경주 겔렌지크 휴양지 인근의 휴양 마을 아르키포-오시포프카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따라 러시아 민간인도 피해를 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3일 흑해 연안 휴양지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당시 휴양지에서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공격이 발생한 아르키포-오시포프카 일대는 러시아인들이 즐겨 찾는 흑해 연안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호화 별장으로 알려진 이른바 ‘푸틴 궁전’에서 약 20㎞ 떨어진 곳으로 전해진다.
드론이 사람을 쫓고,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던 해변까지 공격받았다. 군사시설 등 전쟁의 최전선에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드론의 표적이 되면서 민간인의 일상도 더 이상 안전지대로 남기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