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온갖 상황을 마주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심각한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도 응급실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통증을 "심각하다"고 봐야 할까. 어떤 통증이 생겼을 때 응급실로 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를 한마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 마이클 터투로 박사는 "통증의 정도와 원인은 환자마다 크게 다르다. 통증이 가벼워 보여도 실제로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어 어떤 통증도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증은 가볍게 넘기지 말고, 조금이라도 걱정된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 편이, 병원에 더 일찍 가지 않은 것을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물론 의료비 부담이 있다는 점은 현실적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특정 증상을 동반한 통증은 특히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갑작스럽고 지속되는 통증, 가슴 통증, 붓거나 붉어진 종아리 통증, 찢어지는 듯한 등 위쪽 통증, 특정 증상을 동반한 아랫배 통증을 특히 주의해야 할 위험 신호로 꼽았다. AI 생성 이미지.
모든 통증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구에게든 비교적 명확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는 통증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과 같은 통증이 나타난다면 곧바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1. 갑자기 시작돼 계속되는 통증
터투로는 "갑자기 심한 통증이 시작되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통증이 생긴 부위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통증이 심각한 문제인지 아닌지는 의료진이 직접 평가해야 한다. 갑자기 이전과 다른 통증이 생겨 불안하다면 무시하지 말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터투로는 "의료진들은 환자들이 안전한 쪽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며 "스스로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실제로 심각한 질환이 있든 없든 진료를 받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손이 아프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별일 아니라고 넘기기보다는 병원을 찾아가는 편이 낫다.
터투로는 "계속 신경 쓰일 만큼 걱정되는 통증, 특히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라면 신속하게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 가슴 통증
가슴 통증은 흔히 심장마비의 신호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가슴 통증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는 이유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웩스너 메디컬센터 응급의학과 의사 마크 콘로이 박사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증상 가운데 하나가 가슴 통증이다. 갑자기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가슴 통증이 생겼거나, 과거 비슷한 통증을 겪었고 심장질환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자나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심장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날카로운 가슴 통증은 심장마비뿐 아니라 폐혈전이나 가슴 안의 큰 혈관이 찢어지는 질환처럼 위중한 문제의 신호일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가슴 통증이 심각한 질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원인이 다르고, 단순한 속쓰림 때문에 가슴이 아플 수도 있다.
가슴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하다고 해서 무조건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통증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정확한 원인은 반드시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이전에 없던 통증이 갑자기 생겼다면 그것만으로도 최대한 빨리 의사를 찾아갈 이유가 된다.
3. 붓거나 붉어진 종아리의 통증
콘로이에 따르면 다리 아래쪽, 특히 종아리가 아프면서 다리가 붓거나 종아리가 붉어졌다면 혈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콘로이는 "이런 증상을 보면 심부정맥혈전증, 즉 DVT라고 부르는 혈전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하는 통증이다. 특히 최근 수술을 받고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거나 장시간 비행기를 탄 뒤라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4. 등 위쪽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
등 통증은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잤거나, 운동 자세가 좋지 않았거나, 허리를 제대로 받쳐주지 않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등 다양한 이유로 생길 수 있다. 흔한 증상이지만, 그중에는 즉시 진료가 필요한 통증도 있다.
등 위쪽이나 가슴 뒤쪽을 가로질러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최대한 빨리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콘로이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특정 증상을 동반한 아랫배 통증
콘로이는 "복부는 워낙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는 부위라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특히 긴장하는 통증 가운데 하나"라며 "특정 질환 하나를 떠올리기보다는 통증과 다른 증상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나타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통이나 옆구리 통증, 즉 허리 아래쪽 또는 아랫배의 오른쪽이나 왼쪽이 아프다면 신장결석일 수 있다. 여기에 열까지 난다면 신장 감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옆구리 통증과 함께 메스꺼움과 구토가 나타난다면 맹장염일 수도 있다.
이런 아랫배 통증에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 앞서 언급한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서둘러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새로운 통증이 갑자기 나타났거나, 다른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원인을 단정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결론 : 스스로 걱정될 정도의 통증이라면 병원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병원, 특히 응급실을 찾아가는 일은 두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통증을 무시하거나 별일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걱정되는 증상이 있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검사 결과 아무 문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결과다.
콘로이는 "간단한 진찰과 기본적 혈액검사 또는 선별검사를 받고,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으며 안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증은 여전한데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의료비까지 내야 한다면 답답할 수 있다. 특히 응급실 진료비는 일반 외래 진료나 예약을 잡고 받는 전문의 진료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다.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지만 생명이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면 응급실보다 비용이 저렴한 긴급진료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주치의 진료실에 연락해 당일 취소된 예약이나 진료시간 이후에 가능한 예약이 있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역시 응급실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
다만 일부 증상은 반드시 즉시 응급실에서 진료받아야 하며, 안전을 위해서는 비용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긴급진료센터 의료진이나 담당 의사에게 응급실 방문이 필요한지 문의할 수도 있다. 응급 상황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응급실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