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반기 성적표는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하는 9월11일 이전 마지막으로 나오는 실적 성적표였다.
회장 후보 숏리스트 6인 가운데 유일하게 ‘현직 계열사 CEO’인 이환주 행장으로서는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성적표를 회추위에 제출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두 은행의 본업 이익창출능력이 사실상 같았다는 것이다.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영업이익)만 떼어놓고 보면 상반기 리딩뱅크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차이는 4억 원에 불과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오른 내부 4인 가운데 유일한 현직 계열사 CEO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순위를 가른 것은 본업이 아니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이었다. 과징금 확정이 미뤄지면서 국민은행의 충당금 환입이 3분기 이후로 밀린 것이 리딩뱅크 탈환 실패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과징금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올해 2분기에 이미 837억 원을 환입했다.
결국 3분기 이후의 국민은행 충당금 환입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싸움을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입 효과가 실적에 잡히는 시점은 회장 레이스가 끝난 뒤여서, 사실상 12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은행장 연임 심사에만 남는 카드가 됐다.
◆ 상반기 리딩뱅크 탈환 결국 실패, 신한은행과 격차는 1분기보다 더 벌어졌다
30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실적발표 자료를 각각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순이익 격차는 1분기 561억 원에서 2분기 1770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상반기 누적 격차는 2331억 원으로, 1분기의 4배 이상 커졌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1분기 1조1571억 원, 2분기 1조3014억 원이다. 국민은행은 1분기 1조1010억 원, 2분기 1조1244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신한은행 2조4585억 원, 국민은행 2조2254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국민은행이 1.7%로 신한은행(8.5%)에 크게 못 미쳤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이 충전영업이익이다. 상반기 충전영업이익은 국민은행 3조5035억 원, 신한은행 3조5031억 원으로 차이가 4억 원(0.01%)에 불과하다. 본업의 이익창출능력은 사실상 동일했던 셈이다.
충전영업이익은 대손충당금을 쌓기 전 영업 단계의 이익으로 은행이 순수하게 돈을 버는 힘을 보여주는 지표다.
순이익 격차 2331억 원은 대부분 영업외손익과 세금에서 발생했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영업외손익은 -1036억 원, 신한은행은 +682억 원으로 1718억 원 차이가 났다. 국민은행의 영업외손익이 음수를 기록한 것은 1분기에 ELS 충당부채 976억 원을 추가로 적립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전이익 격차가 1999억 원으로 벌어진 뒤, 실효세율이 국민은행 26.5%, 신한은행 23.8%로 2.7%포인트 차이 나면서 순이익 격차는 최종 2331억 원이 됐다.
은행의 본업인 이자이익에서는 국민은행이 상당한 우위를 가져왔다.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국민은행 5조5119억 원으로 신한은행(4조8888억 원)을 6231억 원 앞섰다.
발목을 잡은 것은 유가증권이었다.
국민은행 기타영업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31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5157억 원으로 4838억 원 악화됐는데, 이 가운데 유가증권 관련 손익만 보면 +3567억 원에서 -1조944억 원으로 1조4511억 원 뒷걸음쳤다. 파생·외화환산에서 9961억 원을 개선해 일부를 상쇄했으나 충분하지는 못했다.
◆ 수익성 효율성 지표도 신한은행에 밀렸다, 자본 건전성 우위는 유지
수익성, 효율성 지표에서 신한은행에게 밀린 것은 이환주 행장에게 뼈아픈 지점이다.
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상반기 11.63%에서 11.54%로 0.09%포인트 내려앉았고,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2.28%에서 12.90%로 0.62%포인트 올랐다. 격차는 1.36%포인트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회사의 자본금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을 대표하는 지표다.
총자산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를 보는 총자산이익률(ROA) 역시 국민은행이 0.74%로 신한은행(0.79%)에 밀렸다.
비용 효율성 지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총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낮을수록 같은 수익을 더 적은 비용으로 냈다는 뜻이다.
국민은행 CIR은 37.92%에서 39.35%로 1.43%포인트 악화됐고 신한은행은 36.19%에서 35.87%로 개선돼 격차가 3.48%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민은행의 2분기 단독 CIR은 41.24%까지 올라갔다.
순이자마진(NIM)은 절대 수준에서는 국민은행이 13bp 이상 높았지만 흐름이 갈렸다. 국민은행은 1분기 1.769%에서 2분기 1.742%로 2.7bp 내려왔고, 신한은행은 1.595%에서 1.608%로 1.3bp 올라왔다.
다만 자본 건전성에서는 국민은행 우위가 유지됐다. 부실 여신 비중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28%로 지난해 상반기 0.35%에서 0.07%포인트 개선돼 신한은행(0.31%)을 앞섰다. 한 달 이상 원리금이 밀린 비중을 보는 연체율도 0.31%에서 0.27%로 낮아져 신한은행(0.34%)보다 양호했다.
◆ 하반기 관전포인트는 다시 충당금, 과징금 4조에서 6천억, 이제는 4천억 원대까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약 4조 원의 과징금을 산정했다가 2조 원대로 감경했고, 2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1조4천억 원을 의결해 금융위원회로 넘겼다. 이후 6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5개 은행에 대한 과징금을 총 6천억 원 수준으로 잠정 결정했다.
이후 최대 4천억 원대까지 추가 감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확정 수위에 따라 은행권의 2~3분기 실적과 충당금 환입 규모가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국민은행의 ELS 관련 누적 적립액은 3609억 원이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TV 관련 충당부채 697억 원, ELS 과징금 및 과태료 관련 총 2633억 원을 반영했다"고 밝혔고, 여기에 올해 1분기 976억 원이 추가됐다.
과징금이 낮은 수준에서 확정되고 하반기에 환입 효과가 나타난다면 국민은행으로서는 리딩뱅크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다만 상반기 신한은행과의 격차 2331억 원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환입 효과만으로 역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7월31일 정례회의에서 ELS 제재안을 의결하지 않고 다음 달로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8월에는 정례회의를 열지 않지만, 임시회의를 열어 과징금을 확정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면 회추위 일정은 이미 확정돼 있다.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8월27일 1차 인터뷰를 거쳐 숏리스트를 3인으로 압축하고, 9월11일 2차 심층 인터뷰 평가와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
3분기 실적 발표는 10월 하순이다. 환입이 숫자로 잡히는 시점이 최종 후보 확정보다 한 달 이상 늦다. 결과적으로 회장 레이스 구간에 남은 변수는 실적이 아니라 8월 중 금융위 의결이 나오느냐, 즉 '환입 예정' 뉴스의 유무뿐인 셈이다.
3분기 실적이 변수로 작용하는 지점은 은행장 연임 심사다.
이환주 행장은 현재 첫 임기 2년을 보내고 있다. 은행권에서 기본 2년에 성과에 따라 1년을 더하는 '2+1' 임기제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살피면, 회장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한 경우 올해 연말 인사에서 1년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환주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