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들은 옷과 가방을 살 때도 '되팔 가격'을 함께 계산한다. 새 제품을 사는 순간부터 재판매 가치까지 고려하는 소비가 일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문화를 이끄는 것이 '리커머스(Re-commerce)'다. 리커머스는 '다시(Re)'와 '거래(Commerce)'를 합친 말로, 단순히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제품의 가치와 취향을 다시 거래하는 새로운 유통 시장을 뜻한다.
리커머스는 이제 패션 트렌드를 읽는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소비자의 검색과 거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이면서 어떤 제품과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중고 패션 상품과 한정판 스니커즈, 명품 등을 거래하는 플랫폼이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AI가 리커머스 시장을 구현한 이미지.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30일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이베이가 발표한 '2026 봄·여름 패션 트렌드 리포트(Watchlist)'는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올해 1분기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루이비통, 구찌, 샤넬, 버버리, 프라다 등 전통 럭셔리 브랜드가 거래량 상위권을 유지했다.구찌 패들락 백과 생로랑 Y 토트백, 파텍필립 노틸러스, 까르띠에 탱크 아메리칸 등 희소성이 높은 제품의 평균 거래가격도 크게 올랐다. 거래량과 가격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 곧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커머스는 거래 결과뿐 아니라 유행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보여준다.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배드 버니가 착용한 아디다스 운동화는 공연 당일 검색량이 전날보다 50% 이상 늘었고, 레이디 가가가 착용한 드레스 관련 검색도 160% 이상 증가했다. 유명인의 착장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 검색과 거래가 즉각 반응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어떤 상품으로 옮겨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리커머스가 상품의 가치와 소비자 선호를 보여주는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구매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싸게 샀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정품 여부와 희소성, 나중에 얼마에 되팔 수 있는지까지 따져 구매를 결정한다. 한정판 운동화와 빈티지 명품, 희귀 시계처럼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르는 제품은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리커머스 시장이 2025년 43조 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브랜드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한때 중고거래를 브랜드 가치 훼손 요인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새로운 성장 기회이자 고객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유즈드'를 통해 자체 리세일 생태계를 구축했고, LF와 코오롱FnC도 자사 브랜드 중심의 중고 거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은 각각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에 투자하며 리커머스를 미래 유통 경쟁력의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