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소규모합병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를 받았던 증권신고서(합병)도 정정이 완료되며 효력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바탕으로 합병을 위한 후속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제 공은 아시아나항공 쪽으로 넘어갔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아시아나항공의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특별결의)이 무사히 통과돼야 하고, 합병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앞으로 남은 합병 절차가 순조롭게 이행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금액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데, 이는 대한항공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 대한항공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증권신고서가 효력을 발휘했다고 공시했다.
효력 발휘 기준일은 24일이다.
합병 증권신고서가 효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공시서류가 효력을 갖게 돼 대한항공이 해당 합병신주 발행 및 주주 대상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6월25일자로 제출한 증권신고서(합병)에 대해 이달 6일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를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정정요구를 한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합병과 관련된 핵심 위험 요소와 세부 정보를 더 투명하고 상세하게 기재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대한항공은 합병 심의 절차, 일정에 대한 설명, 투자 위험 요소 등을 보완한 증권신고서를 13일 공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공시와 함께 투자설명서도 함께 공시했다. 투자설명서에는 합병가액(대한항공 2만5409원, 아시아나항공 6953원), 합병비율(1대 0.2736432) 등 합병신주 발행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겼다.
◆ 아시아나항공 임시주총 8월12일 개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소규모합병으로 추진된다. 소규모합병은 존속회사의 주주총회 승인을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상 제도다. 상법은 존속회사가 발행하는 합병신주가 발행주식총수의 10%를 넘지 않고,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가 반대하지 않으면 소규모합병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별도 주주총회 없이 8월12일 열리는 이사회 결의로 주주총회 승인을 대체할 수 있다.
반면 소멸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8월12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상법 조항에 따라 합병 승인에 대한 결의는 특별결의 사항에 해당된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다만 대한항공의 지분율이 3분의 2에 가까운 63.88%에 달해 부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합병에 찬성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는 합병비율에 따라 대한항공의 신주를 받지만 반대 주주에게는 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주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주식매수대금이 1조 원을 넘는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의에 따라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병계약을 해제하고 합병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반대 주주는 8월12일부터 9월1일까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 대금은 10월1일 지급한다. 아시아나항공이 협의를 위해 제시한 매수예정가격은 주당 7030원이다. 이 가격은 법령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5월13일)의 전날을 기산일로 해서 2개월·1개월·1주일 평균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한 가중평균주가를 다시 산술평균한 금액이다.
◆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 주가 방어 힘쓸 듯
이렇듯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는 8월12일 아시아나항공 임시주주총회와 9월1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만료라는 두 가지 고비가 남아 있다.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무사히 통과되고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조원태 회장 등 대한항공 경영진에게 눈앞에 닥친 핵심 과제는 대한항공 주가 변동성을 줄여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인을 낮추는 일이다. 대한항공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이 합병 신주를 받는 대신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한항공 주가가 높으면 합병신주를 수령할 유인이 커진다.
아시아나항공 주주는 합병에 참여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1주당 대한항공 주식 0.2736432주를 받게 된다. 그런데 만약 대한항공 주가가 2만5690원 아래로 하락하게 되면 합병 참여에 따른 환산가치가 매수예정가격인 7030원 아래로 떨어져, 신주를 받는 것보다 7030원에 현금화하는 것이 더 유리해진다. 참고로 27일 대한항공 종가는 2만6450원이었다.
다만 대한항공 주가가 폭락해 소액주주 대다수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러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 원에 다다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가 방어 필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을 위해서는 자금 유출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은 이 같은 변수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대한항공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거나 주주 및 주식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