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상선 부문에서 국내 주요 조선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이끌어내며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 2023년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과 인수 초기 과도기가 맞물려 발생한 일시적 수주 공백이 오히려 고선가 선박 비중 확대로 이어지면서 기록적 영업이익률을 견인했다.
다만 현재의 우수한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2026년 들어 주춤했던 상선 수주는 물론 특수선과 해양 부문에서도 고정비 부담을 없앨 신규 일감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2025년 10월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설비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화
7월28일 한화오션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업계에서 상선 부문 최고의 수익성을 거둔 데는 2023년 저조했던 수주가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은 2분기 상선 부문에서 매출 3조2397억 원, 영업이익 7356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22.7%에 이르렀는데 이는 중후장대 제조업에서 보기 어려운 수치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의 영업이익률을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호실적이 더욱 두드러진다. 상선 부문 기준으로 29일 실적발표를 앞둔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4%가량으로 추산된다. 실적을 발표한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 안팎으로 잠정집계됐다. 한화오션이 단순히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한 것을 넘어 격차도 적지 않게 벌리게 됐다.
한화오션이 상선 부문에서 우수한 수익성을 확보한 데는 역설적으로 2023년 수주가 부족했던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108억 달러에 이르는 상선 일감을 확보했고 같은 해 삼성중공업은 53억 달러의 상선 부문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2023년 상선 부문 신규수주가 10척, 19억 달러에 그쳤다.
다만 2023년은 아직 본격적으로 선박 건조가격(선가)가 상승하기 이전으로 한화오션은 선가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주를 확대했다. 2024년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현재 높은 수익성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2024년 38척, 76억1천만 달러의 상선을 수주잔고에 채웠다. 1년 전보다 금액 기준으로 4배 넘는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조선해운시황 전문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선박 건조가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지수는 2023년 170 안팎으로 집계됐는데 2024년에는 183~190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2023년 한화오션의 상선 수주가 부족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당시 넉넉했던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높은 물량을 최우선에 두고 진행한 선별수주였고, 다른 하나는 2023년 5월 옛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뒤 경영진 교체, 조직 변화 등 내부 정비에 따라 수주 영업에 생겼던 일부 공백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의도한 선별수주 전략과 의도치 않은 인수 초기 과도기 영향이 맞물려 발생한 호재인 셈이다.
한화오션 2분기 실적에 반영된 건조 물량들의 수주연도 및 비중을 보면 2023년과 2025년이 각각 25%이고 2024년 물량이 50%로 가장 높다. 2026년 말까지는 고수익 선박인 2024년 수주 물량의 비중이 높은 만큼 상선 부문 수익성이 우상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8일 한화오션 분석보고서에서 “한화오션은 상선 부문에서 일회성 요인 없이도 매우 우수한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2025년까지만 해도 2021~2022년 수주했던 선박의 매출 인식 비중이 높아 (경쟁사들과) 차별화하지 못했지만 이 선박들을 인도한 뒤 최근 2024~2025년 수주한 고선가 물량의 매출 인식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동관 부회장은 현재의 기록적 호실적에도 고민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미래 실적의 기반이 되는 수주잔고 측면에서는 상선과 특수선, 해양(에너지플랜트) 부문 모두 분발이 필요한 탓이다.
한화오션이 김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할 당시를 보면 김 부회장이 사업 전 분야에서 회사의 성장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당시 이사회의 추천사유인 ‘검증된 비즈니스 전략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글로벌 통합방산 기업으로의 성장 기반 마련이 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추진체계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선박 기술과 연계해 친환경 선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 등에서 알 수 있다.
상선, 방산 등 사업 전반에서 역할을 바라는 만큼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에 관여하는 김 부회장이 오너로서 짊어진 책임이 적지 않은 셈이다.
한화오션은 상반기 상선 부문에서 38억 달러를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유일하게 따로 연간 수주목표를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경쟁사(HD현대중공업 118억 달러, 삼성중공업 56억 달러)에 다소 뒤처졌고 자체적으로도 지난해 연간 수주인 95억5천만 달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특히 과거와 다르게 선가가 꾸준히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하반기 다시 일감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28일 한화오션 분석보고서에서 “2026년 하반기에도 고선가 LNG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의 본격화와 생산성 개선, 원가절감 등이 이어지며 가파른 이익 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상반기 상선 부문에서 확보한 수주가 LNG운반선 6척을 포함해 24척인데 연간 건조 능력을 고려하면 하반기 추가 수주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특수선과 해양 부문 추가 수주는 지속해서 김 부회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한화오션은 2분기 특수선 부문에서 영업손실 29억 원, 해양 부문에서 영업이익 62억 원을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1분기에 이어 수주 공백 및 조업 물량 부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1~6월 특수선 부문에서는 신규수주를 기록하지 못했고 해양 부문에서는 해상풍력설치선(WTIV) 1척 등 5억4천만 달러 규모의 일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특수선 부문에서는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본계약을 앞두고 있지만 이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고 2032년 인도가 예정된 만큼 본격적으로 건조에 돌입해 실적에 반영될 때까지는 여전히 시일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KDDX의 1척당 건조비용은 2023년 8600억 원가량으로 정해졌는데 이 사업이 2년가량 지연되면서 그 사이 늘어난 원가 탓에 한화오션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운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또 국내 방산업계의 큰 기대를 모았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결국 고배를 마시면서 일감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해양 부문에서도 한화오션 출범 이후 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수주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신규 일감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한화오션 분석보고서에서 “상선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는 2026~2027년 사이 특수선과 해양 부문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추가 실적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은 2026년 하반기에도 특수선과 해양 부문에서 고정비 부담이 이어져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수주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오션은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선 부문에서 현재 2029년과 2030년 인도 슬롯(납기별 생산능력)에 관한 전반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등 3분기와 4분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잠수함 사업은 국가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에서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고 각 대륙의 수주 기회를 구체화해 CPSP 미수주 영향을 만회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