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가 아니라 뜨거운 모래와 건조한 열기가 눈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함께 수천 년 동안 사막을 건너온 ‘사막의 배(ship of the desert)’ 낙타조차 아프리카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 앞에서 쓰러지고 있다.
낙타 자료사진(기사와는 상관 없는 사진)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 북동부 아파르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낙타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북동부 아파르 세메라(Semera)에서 약 500마리의 낙타를 키우는 목축업자 알리 우메르는 BBC 인터뷰에서 “낙타 발에는 물집이 생기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낙타가 앉아 있을 때는 뜨거운 모래가 피부를 태우고 털을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극심한 더위로 새끼 낙타 8마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낙타는 본래 사막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도록 진화했다. 낮에는 몸 전체에 열을 저장해 체온이 41도까지 올라가도 버티고, 밤이 되면 서늘한 사막 공기에 열을 방출하며 몸을 식힌다. 하지만 지구 가열화로 사막의 밤기온마저 상승하면서 낙타가 낮 동안 쌓인 열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낙타의 발 역시 사막 환경에 맞춰 진화했다. 두꺼운 발바닥 덕분에 뜨거운 모래 위를 걸을 수 있지만, 지구 가열화로 사막의 온도가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이 능력도 위협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모래 표면 온도가 70~80도까지 치솟으면서 낙타 발바닥에 심한 물집과 화상을 일으키고 있다.
발을 다친 낙타는 더 이상 먹이와 물을 찾아 사막을 떠돌 수 없다. 낙타는 오랜 세월 물과 식량을 싣고 광활한 사막을 건너며 유목민들의 삶을 이어준 ‘사막의 동반자’였다. 그런 낙타가 고통을 당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낙타가 마주한 사막은 과거와 다르다. 지구 가열화로 폭염은 더 길고 강해지고, 사막의 오아시스, 지하수 등과 같은 물은 줄어들고 있다. 먹이가 되는 식생은 사라지고, 몸을 식힐 그늘마저 부족해지고 있다.
특히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이 포함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반복되는 가뭄으로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발간한 2026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물 공급이 줄면서 물 가격이 1년 사이 2000% 이상 올랐다. 우물이 마르고 물을 실어 나르는 비용이 늘면서 물은 더 이상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자원이 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케냐에서는 2025년 말 우기가 평년보다 크게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 1981년 이후 가장 건조한 수준의 계절을 기록했고, 200만 명 이상이 식량 부족 위험에 놓였다.
북아프리카에서도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아프리카뉴스에 따르면, 튀니지에서는 2026년 7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9도까지 치솟았고, 강한 폭염으로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민들의 생활 부담이 커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아프리카가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으며, 최근 온난화 속도는 과거 어떤 30년 단위 기간보다도 가팔라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