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오른 오세훈 시장의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가 닥쳤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22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천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비공표용 3차례와 공표용 2차례 등 모두 5차례의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판단했다.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지급한 2100만 원도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낸 것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항의하고 공표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며 "후보자 명의 여론조사를 실현하려는 목적이 결부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이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지내 정치자금법을 잘 알면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공직 자격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 김씨에게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5차례의 조사와 2100만 원의 대납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무상 수수 사건과 비슷한 법리 흐름을 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검은 선고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1심 유죄 판결을 근거로 오 시장과 명씨 측 사이에도 '묵시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판결이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 시장 사건 재판부 역시 명시적 계약 없이 성립한 의뢰 관계를 인정한 셈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피선거권을 잃고 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이날 선고된 벌금 1천만 원은 시장직 상실 기준의 10배다.
오 시장이 직을 지키려면 상급심에서 무죄를 받거나 벌금이 100만 원 미만, 1심 액수의 10분의1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벌금이 조금 줄어드는 정도로는 시장직 상실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 시장은 법정을 나온 직후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을 두고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깊은 의문만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여권 인사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야권 인사에게는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른바 '여당무죄·야당유죄'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벌금 1천만 원도 죄의 무게에 비해 가볍다며 항소심의 더 엄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박주민 의원은 "1심은 이미 법정 기한을 넘겼다"며 며 "신속한 재판으로 거짓 시장을 끝내야 한다"고 적었다.
특검법의 신속재판 규정에 따르면 항소심과 상고심은 전심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안에 판결해야 한다.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1월 전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