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고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들고 있는 SK 주식의 가치를 어느 시점으로 산정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가치 산정 시점이 2심 변론종결일에서 이번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로 바뀐다면 주식의 가치는 5배 이상 높게 결정된다.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가 이전보다 낮게 책정되더라도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 규모가 또 다시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는 셈이다.
천문학적 재산분할금이 결정되면 SK그룹 경영활동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력 유지를 위해 최 회장의 SK 지분 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원 마련 창구로 꼽히는 SK실트론 매각 등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재편) 셈법도 파기환송심 결론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가치 산정 시점이 중대한 쟁점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 최대 쟁점은 SK 주식가치 산정 시점, 16만 원 vs 81만5천 원
7월23일 재계에 따르면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재산분할 사건의 파기환송심 선고에서는 SK 주식의 가치 산정 시점이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최 회장의 SK 지분이 공동재산으로 인정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26년 7월 현재 SK그룹 지주사 SK 주식(보통주) 1297만5472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는 17.90%다.
당초 최 회장 측은 보유한 SK 주식이 부부 일방이 혼자 소유하는 ‘특유재산’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전까지는 이 부분도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최 회장의 SK 지분을 놓고 1심은 특유재산으로 인정했지만 2심은 원심과 다르게 공동재산으로 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이어 대법원도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SK 주식을 비롯한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최 회장의 SK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공은 분할 대상인 SK 주식의 가치 산정 시점으로 옮겨지게 됐다.
지금까지 판례는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삼아왔다. 다만 파기환송 뒤 다시 사실심이 진행된 탓에 이 ‘사실심’이 기존 2심인지, 아니면 파기환송심인지 논쟁이 나온다. 그런데 이 사이 SK 주가가 크게 뛰면서 두 판단에 따라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게 됐고 재산분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기존 2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 SK 주가는 16만 원이고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인 2026년 6월26일 기준 SK 주가는 81만5천 원이다. 무려 5배가 넘게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는 10~20%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심은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보고 재산분할 규모를 1조3808억 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은 SK그룹의 성장과 관련한 기여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이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노 관장의 기여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SK 주가가 대폭 상승하면서 가치 산정 시점에 따라 노 관장이 받을 재산분할 규모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기준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가치는 10조5750억 원이다. 노 관장의 기여도를 15%로 가정하면 다른 재산을 빼고 SK 주식만으로도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 금액이 1조5800억 원에 이른다.
◆ SK 지배구조와 SK실트론 매각, 최 회장의 고민이 커질 수도 있다
최 회장이 지닌 SK 주식이 공동재산으로 인정되고 가치 산정 시점까지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로 결정돼 ‘조 단위’의 재산분할금이 책정된다면 SK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방법이 SK의 지배구조 및 리밸런싱과 맞물려 있는 탓이다.
최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SK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모두 25.41%이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정권으로 여겨지는 최대 30% 지분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SK가 2027년 1월 자사주 1798만2486주(24.80%) 가운데 임직원 보상용 주식을 제외한 1469만4388주(20.26%)를 모두 소각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자사주도 사라지게 됐다.
물론 자사주 소각에 따라 발행주식 수가 감소해 자동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져 최 회장 등의 지배력은 강화하게 된다. SK의 자사주 소각 수를 고려하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21.45%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1.87% 상승하게 된다.
지배력을 일정 부분 강화하지만 동시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하던 자사주 역시 사라진 만큼 최 회장이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SK 지분 자체를 처분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SK가 리밸런싱 차원에서 고려해 온 SK실트론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2025년 상반기부터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을 저울질해왔고 같은 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거래를 본격화했다. 반도체 사업에서 수직계열화보다 전문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변한 것으로 파악된다.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공급망의 가치가 커지면서 SK의 태도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SK실트론의 가치는 2025년 5조 원가량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7조 원까지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SK와 두산의 이견이 벌어졌고 SK가 SK실트론 매각 자체를 재검토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SK실트론이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로서 중요성이 커졌지만 재산분할 판결 결과에 따라 의도치 않게 SK실트론의 매각을 강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이 들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가 재산분할 자금을 마련할 활로이기 때문이다.
반면 1심 재산분할 규모인 665억 원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최종 판결이 나온다면 최 회장과 SK그룹의 운신의 폭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9년 동안 이어온 소송, 이번엔 끝이 날까
9년째 이어오고 있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은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이 종착점이 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적 절차에 따라 최 회장이나 노 관장 가운데 한쪽이라도 판결에 불복한다면 대법원에 재상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 소송의 마침표는 이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 더 미뤄지게 된다.
다만 24일로 예정된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는 기나긴 법정 공방의 향방을 결정할 사실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의도를 넘어서 명백한 법리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재상고 시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법적 다툼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뒀지만 파경을 맞이했다. 최 회장은 2015년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내연녀와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점을 고백하며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2017년부터 두 사람의 이혼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1억 원의 위자료와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이 모두 항소해 열린 2심의 재판부는 2024년 5월 1심 판결을 뒤집어 노 관장이 SK 경영활동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고 SK 주식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봤다. 이에 재산분할 규모는 1조3808억 원으로 늘었고 위자료도 20억 원이 인정됐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고 2025년 10월 대법원은 재산분할 부분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