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며칠간의 논쟁 끝에 다시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꺼내 들었다. 당내 신중론이 힘을 얻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이 흔들리는 듯했지만, 결국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 완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의 출발점이자 완성"이라며 "이 대원칙에는 당내 어떠한 이견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완수사요구권을 실질화하겠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한병도 대행은 이어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했던 비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며 "한 사람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무도한 수사와 여론몰이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통한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수사하는 사람이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정치검찰의 역사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며 "과거의 실패와 비극을 또다시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이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직접 소환한 데에는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층을 의식한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 지지층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민주당의 검찰개혁 의지를 가늠할 잣대로 여겨왔다.
다만 당론 채택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다. 한 대행이 지도부 차원의 방침을 분명히 했을 뿐, 민주당은 아직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의결하지 않았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당론 채택은 차후 의원총회에서 최종 수정안이 나온 다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기조가 흔들린 직접적 계기는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이었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추가 범행 정황이 드러나자, 보완수사권을 모두 없애면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론이 당내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14일 의원총회에서는 발언자 15명 가운데 10명이 전면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기원 의원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민생침해범죄 등에 한해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전날 열린 정책 의원총회 겸 공청회에서도 폐지와 존치를 둘러싼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당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대행은 이날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피해자 보호 공백은 보완수사요구권을 강화해 메우겠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보완수사 요구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하고, 부실수사에는 수사관 교체와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과 중수청 간 교차수사와 외부 감찰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최종 수정안을 마련한 뒤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당론 채택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늦어도 8·17 전당대회 전에는 관련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