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노선과 검찰개혁 기조를 향해 "어물전 썩은 내" 등의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유 작가를 과거 '변절'하거나 '우클릭'한 지식인 또는 정치인에 비유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왼쪽)와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유시민 작가를 변절한 지식인들에 빗대며 비판했다. ⓒ페이스북
그러나 보수로 전향하거나 타협적 우클릭을 선택했던 인물들과는 달리, 유 작가는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에 "더 선명하고 강력한 개혁"을 촉구하고 있어 그 지향점이 정반대이다. 이에 번짓수가 완전히 어긋난 비난이라는 반론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 당권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22일 페이스북에서 유시민 작가를 두고 "동지의 언어, 애정의 시각에 '필패', '썩은 내'라는 단어는 없다"며 "크게 보면 김지하처럼, 조순처럼, 이낙연처럼 또 하나의 지식인 변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며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김남준 민주당 의원은 진보 논객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돌아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던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에 빗댔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진중권 교수가 섰던 자리에 지금은 유시민 작가가 서 있다. 그래서 유시민이 진중권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라며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며 적과 동지를 나눠야 했던 86세대의 시대적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과거의 대결 문법을 평생의 정치 문법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두 사람이 '김지하·조순·이낙연·진중권'이라는 거친 비유까지 동원하며 유 작가를 비난하는 것은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이 유 작가의 메시지에 따라 지지의 뜻을 접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 작가를 '진영을 흔드는 오만한 낙오자'이자 '배신자'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메시지의 파급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총리와 김 의원이 언급한 인물들과 유 작가를 잠시만 비교해봐도 완전히 어긋난 것임을 알 수 있다.
먼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화 투사로 평가됐던 고(故) 김지하 시인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시 김지하 시인이 돌아선 데에는 1991년 명지대학교 학생이었던 강경대씨가 전경의 곤봉에 맞아 죽은 뒤 그에 항의해 학생과 청년들의 분신 및 투신 자살이 이어진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명망 높은 경제학자이자 서울시장을 역임하며 정치권 중요 인물로 떠오른 고(故) 조순 전 부총리 역시 세력 간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기존 지지층을 뒤로하고 1997년 대선 당시 자신이 이끌던 민주당(꼬마민주당)을 신한국당과 전격 합당해 '한나라당'을 창당하고 초대 총재를 맡았다. 정치 노선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과거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진보 진영의 도덕성에 실망했다는 명분으로 정의당을 탈당했고, 종편 및 보수 미디어를 주 무대로 삼아 진보 진영 전체를 '이중적'이라 비판했다. 나중에는 사실상 보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로 새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유 작가의 주장은 보다 선명한 개혁을 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지하 시인이나 조순, 진중권 교수에 견줘 방향이 정반대인 셈이다. 유 작가는 "이재명 정부가 왜 검찰개혁을 머뭇거리느냐", "왜 개혁의 선명성을 타협하려 하느냐"며 거듭 되묻고 있다. 보수 진영으로 '전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개혁 진영이 배출한 정부가 본연의 개혁 가치를 '더 선명하게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집권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안정적 국정 운영과 중도층 포섭, 재집권 기반 마련을 명분으로 실용주의, 외연 확장을 강조해 왔다. 정치 스펙트럼상 오른쪽(중도보수)으로 이동하며 타협을 시도한 세력은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 내 친명 의원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작가를 향해 '김지하·조순·진중권' 같은 '변절' 프레임을 씌우는 건 모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유 작가가 문제가 생길 것을 경고하는 일종의 예지자로 봐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한 셈이니까 날카로운 시각으로 한번 우리도 보자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통령께서도 (김민석 후보가 당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신호를) 조금 자제하시는 게 유시민 작가의 저런 반응을 자제할 수 있는 그런 조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