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지지층이 민주당의 기성 정치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실망감 속에서 변화를 이끌 새로운 개혁 정치인을 향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흐름을 잡은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변화 신호’에 얼마나 응답할 수 있을지 미국의 언론과 정치계가 주목하고 있다.
투표 인증 스티커가 2026년 6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공공 도서관에서 열린 민주당 예비선거 투표함 옆에 놓여 있다. ⓒAP통신=연합뉴스
24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기성 정치인들에게 실망해 개혁적인 신인을 원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의원 후보 예비경선 결과를 다루면서 "민주당 지지층은 당 지도부에 관해 극심한 불만을 공유하고 있다"며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는 최근 하원 경선에 더욱 강하게 개입하고 있지만 이런 개입이 기득권 세력에 관한 유권자들의 강한 반감으로 오히려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진단했다.
◆ 민주당 지지층, '노년' '경직성' '유권자 의견 미반영'으로 불만 들끓어
민주당 지지층은 민주당의 현 지도부에 대해 노년 의원이 대부분이며, 변화를 거부하고, 지지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감의 이유로 꼽고 있다.
리스 스미스 베테랑 민주당 분석가는 5월1일 워싱턴포스트에 "민주당이 2024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부터 유권자들은 노년층 중심의 정치와 현상 유지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간지 디애틀랜틱은 6월1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은 엄청나게 열정을 보이고 있으나, 동시에 민주당 지도부가 과하게 경직돼 있다고 불만을 표시한다"고 보도했다.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23일 뉴욕타임스에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당이 지지층의 요구가 아닌 기부자, 컨설턴트, 내부자들에 의해 지나치게 좌우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성 민주당 정치인들은 실제로 민주당 지지층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이어진다.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 위원장인 커스틴 길리브랜드 의원은 2025년 9월 "민주당원 10명 중 9명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가 9월에 미국 성인 34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민주당 지지층 응답자는 48%에 불과했다.
◆ 민주당 지지층, 변화에 목마르다
민주당 지지층은 그 어느 때보다 개혁을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개혁을 약속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 후보 경선에서는 민주사회주의자들(DSA) 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DSA는 정당이 아닌 시민단체로서,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경제와 사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다.
이를테면 6월23일에 치뤄진 뉴욕주 하원 의원 후보 경선에서는 10개 구에 DSA 소속 후보가 출마해 9개 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사실상 싹쓸이한 셈이다.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는 29세의 멜라트 키로스 후보가 1997년부터 콜로라도 제1선거구를 대표해 온 다이애나 디게트 민주당 하원 의원을 꺾는 파란이 일어났다.
멜라트 키로스 콜로라도주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가운데)가 2026년 6월30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후 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는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초부터 민주당을 향해 "공산주의자들"이라 부르며 공격에 나섰고, 민주당의 중도층 역시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후보들이 중도층이나 무당층의 지지를 얻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DSA 소속 후보들의 약진은 이데올로기적 열정이 아니라 기성 민주당 정치인에 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욕매거진은 7월9일 "민주당 내부에서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하지 않는 유권자도 진보적 정치인을 기성 정치인보다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유권자들은 이념적 의제나 트럼프 대통령 반대보다 변화와 개혁에 관한 내용에 반응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 민주당의 개혁 바람, 찻잔 속 태풍 vs 민주당의 본류 교체
현재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민주당 유권자들이 여러 선거구에서 선택한 개혁적 정치 신인들이 과연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들 정치 신인이 결국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생환'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 에머슨 대학 여론조사기관이 미국 전역에서 11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간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은 53%의 지지율을 얻었다. 공화당(42%)에 견줘 11%포인트나 앞섰다.
참고로 민주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보다 하원 의석을 40석 이상 확보했는데, 당시 에머슨 대학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은 7~8%포인트 앞서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다만 유권자들의 개혁에 관한 열기가 민주당 내부의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최대 규모의 선거 교육 전문 조직인 민주당 전국훈련위원회의 설립자 켈리 디트리히는 6월18일 디애틀랜틱에 "유권자들의 개혁에 관한 열망을 2028년 대선까지 이어갈 수는 있다"며 "다만 당 내부에 개혁적인 정책과 후보를 지원할 만한 꾸준한 기반 시설이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