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이 끊이지 않았던 월드컵 3·4위 결정전이었으나, 이번 무대에서는 역대 최다 득점이라는 기록과 함께 뜨거운 승부가 펼쳐졌다.
2026 FIFA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프랑스를 꺾고 3위를 차지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2026년 7월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 시상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잉글랜드는 프랑스를 6-4로 꺾고 대회 3위를 차지했다. 잉글랜드의 부카요 사카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결승전 못지않았다. 양 팀은 공격 축구를 앞세워 쉴 새 없이 상대 골문을 두드렸고, 총 10골이 터지는 난타전을 펼쳤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3·4위 결정전 최다 득점 경기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등번호 10번)가 2026년 7월1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든스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3·4위 결정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후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경기는 개인 기록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남겼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월드컵 10호골을 기록하며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게르트 뮐러가 작성한 10골 이후 56년 만에 단일 대회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세웠다. 음바페는 이번 대회에서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8골 4도움)를 제치고 득점왕 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3·4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3·4위전(third-place playoff)’ 대신 ‘동메달 결정전(Bronze Fin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경기를 둘러싼 폐지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3·4위 결정전은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돼 92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전통이다. FIFA는 공식 순위를 가리고 선수들에게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상업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FIFA는 3위 팀에 2900만 달러(약 403억 원), 4위 팀에는 2700만 달러(약 375억 원)의 성적 상금을 지급한다. 순위에 따라 약 28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 추가 입장 수입과 중계권 판매, 방송 편성 등에서도 의미 있는 경기로 평가된다.
반면 폐지론도 꾸준하다. 준결승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이미 우승이라는 목표를 잃은 상태다.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경기장에 나서는 것은 선수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팬들의 관심 역시 결승전에 집중되는 만큼 3·4위전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경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루이스 판할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3·4위 결정전을 앞두고 “이 경기는 열려서는 안 된다”며 폐지론을 제기했다. 그는 “가장 나쁜 점은 두 경기 연속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준결승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마지막 두 경기에서 연패하며 대회를 마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6년 7월1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든스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프랑스에 승리한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찬성론도 존재한다. 월드컵 공식 순위와 메달을 결정하는 경기라는 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선수들에게는 월드컵이라는 특별한 무대를 한 경기 더 경험할 기회가 된다.
‘의미 없는 경기’라는 비판과 달리 선수들은 끝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월드컵 3·4위전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이 터지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폐지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공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3·4위전은 또 한 번 팬들에게 강렬한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편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은 2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