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국민적 영웅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월급으로 월말까지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국민들이 겪는 팍팍한 현실을 언급하자, 축구장을 넘어 정부까지 반응에 나섰다.
2026년 7월17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주장 리오넬 메시는 16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잉글랜드를 꺾고 월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한 직후 Ty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민들에게 이런 기쁨을 선물할 수 있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며 “우리에게 월드컵은 특별하다. 우리가 겪어야 했던 모든 나쁜 일들을 잠시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고, 일자리가 없거나 월말까지 버티지 못하거나 매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늘 살아온 현실”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10번)가 2026년 7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6 FIFA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정부 “현실은 인정하지만 책임은 이전 정부”
그러자 아르헨티나 정부도 다음날인 17일(한국시각) 반박에 나섰다. 아드리안 라비에르 대통령실 대변인은 온라인 스트리밍 채널 ‘인포바에 엔 비보(Infobae en Vivo)’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식의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통령실 공식 대응국(OPRA)도 메시의 발언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사실”이라면서도 “20년에 걸친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의 쇠퇴는 24개월 만에 사라질 수 없다”며 경제난의 책임을 이전 정부에 돌렸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전(아르헨티나-스페인전)을 앞둔 2026년 7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그린 마르틴 론(Martín Ron) 작가의 벽화를 담고 있다. ⓒAFP/연합뉴스
메시가 언급한 “월말까지 버티기 힘든 국민들”이라는 현실의 배경에는 아르헨티나의 오랜 경제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 재정 적자에 시달렸고, 하비에르 밀레이 현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세 자릿수 물가 상승률과 외환 부족, IMF 부채 문제 등 심각한 경제 위기에 놓여 있었다.
밀레이 정부는 긴축과 구조 개혁으로 물가 안정과 재정 개선 성과를 냈지만, 보조금 축소와 생활비 부담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경제 회복 신호와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남아 있다.
‘축구 영웅’ 메시, 아르헨티나의 상징
2026년 7월 1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네우켄주 쿠트랄 코에서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의 존경받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동상 주변에 모여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준결승전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시는 클럽 무대에서는 이미 전설로 평가받았지만 대표팀 우승이 없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2021년 코파 아메리카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통해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특히 2022년 월드컵 우승은 경제난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됐다. 당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수백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우승을 함께 축하했고, 메시는 디에고 마라도나와 함께 국민적 영웅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은 메시에게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 속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다시 한번 하나가 되는 특별한 순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