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생충 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양상추가 27개주에서 리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건 기관 예산 삭감이 이번 감염병 유행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외신에서 나왔다.
이번 사이클로스포리아증 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테일러팜스의 샐러드용 야채가 2026년 7월16일 미국 캘리포니아 킹스비치의 한 마트에 비치돼 있다. ⓒAP통신=연합뉴스
19일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농산물 공급업체 테일러팜스가 사이클로스포리아증 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멕시코산 양상추를 27개 주에서 리콜했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기생충인 '사이클로스포라 카예타넨시스'의 포자낭에 감염된 물이나 농산물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장 질환이다. 감염되면 1주일간의 극심한 물설사, 복통,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미시간주 등 5개 주 타코벨 매장에서 제공된 잘게 썬 양상추가 사이클로스포리아증 감염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추적 결과 멕시코에 있는 테일러팜스 소유 농장에서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타코벨은 현지시각으로 17일부터 즉각 전 매장에서 양상추 사용을 중단했다. 테일러팜스는 17일 홈페이지에 기재한 발표를 통해 "식품의약국(FDA) 조사 결과, 미국 내 양상추 공급량의 1% 미만을 차지하는 특정 독립 농장이 이번 발병의 잠재적 근원지로 지목됐다"며 "소비자 불안 해소와 안전 보장을 위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양상추를 회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종합 식자재 유통 기업인 시스코도 16일 멕시코산 테일러팜스 가공 양상추 전 품목의 유통을 중단했다. 이는 오염된 양상추가 식품 공급망을 따라 어떻게 유통되었는지 추적하고 있다는 FDA의 발표 직후에 이뤄진 조치다. 시스코의 제품은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 병원, 요양원, 컨벤션 센터, 학교 및 기타 식품 서비스 제공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시스코 대변인은 18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멕시코산 특정 양상추 제품에 대한 유통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염이 그간 미국에서 발생한 사이클로스포리아증 감염 사례 중 가장 심각한 사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 "5월13일에서 7월13일 사이 사이클로스포리아증 확진자 수는 총 1645명"이라며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과소 진료·보고되는 경향이 있어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이며, 현재 추가 분석이 필요한 사례는 5100건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이번 감염 사태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다고 알려진 미시간주는 16일 기준 감염 확진자 수를 5002명으로 집계했다.
이번 사이클로스포리아증 감염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규정 유예와 보건 기관 예산 삭감이 영향을 끼쳤다는 외신의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감염 사태는 집단 발병 시 위험 식품의 공급망 추적을 위해 고안된 '연방 식품 추적성 규정' 시행 개시를 트럼프 행정부가 연기한 지 몇 달 만에 발생했다"며 "이 규정에 따르면 가공업자, 유통업자 및 소매업자는 제품의 원산지와 출하지를 기록하는 표준화된 기록을 유지해야 하는데, 2026년 1월에 시행 개시가 예정됐지만 일부 식품 업계 단체들의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2028년 7월에 개시하기로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FDA 식품안전응용영양센터(CFSAN) 수잔 메이 전 소장은 워싱턴포스트에 "만일 이 규정이 시행됐다면 FDA가 감염된 양상추를 확인한 후 농장까지 더 신속하게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염원을 더 빨리 찾아내면 더 많은 소비자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언론매체 가디언 역시 18일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하에서 주립 보건 부서는 예산 지연과 삭감 등으로 해고와 신규 채용 동결을 겪었고 CDC 등 연방 기관도 마찬가지"라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잃어 비싼 병원 검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돼 검사율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기생충 감염의 실제 유병률과 확산 추이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