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 FIFA가 판매하는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 잔디 조각' 상품. ⓒAP/연합뉴스/FIFA 판매 공식 홈페이지
월드컵 결승전에서 선수들이 뛰고, 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그라운드의 한 조각이 팬들에게 팔릴 기념품이 됐다.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간직한다'는 의미를 내세웠지만, 월드컵의 감동마저 수익 사업으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11일(현지시간)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의 잔디 조각을 개당 450달러(약 62만 원)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결승전이 끝난 뒤 실제 경기장에서 사용된 잔디 일부를 잘라 보존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 대상은 결승전이 열리는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잔디다. 이 경기장은 평소 미국프로풋볼(NFL) 뉴욕 자이언츠와 뉴욕 제츠가 사용하는 곳으로, 인조 잔디 경기장이다. FIFA는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장 이름을 '뉴저지 뉴욕 스타디움'으로 바꿨다.
월드컵을 앞두고 새 잔디가 깔렸지만 일부 선수와 감독들은 경기장 상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논란이 됐던 잔디는 대회가 끝난 뒤 '한정판 굿즈'로 다시 태어난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FIFA는 잔디 판매를 통해 1100만 달러(약 152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FIFA는 공식 판매 페이지에서 "진품 월드컵 결승전 잔디 조각을 소유하며 축구 역사의 한 부분을 간직할 수 있다"며 "각 제품에는 결승전이 열린 상징적인 경기장의 실제 잔디 조각이 담겨 있다"고 홍보했다.
상품은 잔디를 고급 아크릴 케이스에 보존하고 USB 기념품과 함께 제공된다. 공식 스토어에 따르면 잔디 조각 크기는 가로·세로·높이 각각 17.5㎝다.
가장 비싼 잔디 굿즈 가격은 3000달러(약 415만 원)에 달한다. 작은 잔디 조각 하나에 금박 복제 티켓과 미니어처 월드컵 공, 크리스털 트로피 모형을 더한 프리미엄 상품이다.
나머지 등급 역시 450달러(약 62만 원)부터 1200달러(약 166만 원)까지 책정됐다. FIFA는 각 상품을 최대 2026개 한정 제작하고, 배송 지역도 미국과 유럽으로 제한해 희소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축구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FIFA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솔직히 말해서 이게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거라면 난 괜찮다고 봤을 거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칭찬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FIFA는 자기들 돈벌이가 아니면 이런 걸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잔니 인판티노(피파 회장)의 지갑을 위한 자선"이라고 비꼬았다.
일부 팬들은 가격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잔디 조각 하나에 450달러를 내느니 그냥 뉴저지 땅(?) 한 조각을 더 싸게 살 수 있다”, “아직 결승전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잔디를 어떻게 팔아? 그걸 굳이 설명해야 할 정도로 황당한 상품이다”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이 나왔다.
FIFA가 경기장 잔디를 상품화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FIFA는 2025년 미국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잔디와 흙 일부를 유리 케이스에 담은 기념품을 판매했다.
앞서 2026 월드컵 티켓 판매 과정에서도 가격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FIFA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방식을 도입하면서, 인기 경기에 가격이 집중적으로 오르는 구조가 일반 팬들의 관람 기회를 좁힌다는 비판이 나왔다.
FIFA는 결승전 일반 입장권 가격을 최대 3만2970달러(약 4570만 원)까지 책정했다. 음식과 음료 등이 포함된 고가 프리미엄 좌석은 최대 3만4500달러(약 478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