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공습을 주고받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쟁 종전 양해각서(MOU)를 사실상 파기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상봉쇄 재개 및 통행료 20% 부과를 선언하면서 맞섰다.
이로써 이란전쟁이 사실상 '두 번째 전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다시 치솟기 시작했으며, 미국 내 부정적 여론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7월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2026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 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통해 "미국은 이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알려질 것이며, 공정성 차원에서 모든 운송화물에 20%의 비용을 받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고 이란이 있든 없든 계속 열려 있을 것이다"며 "미국은 이란을 향한 역봉쇄를 재개해 이란의 선박과 고객의 해협통항을 막을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통행료 부과에 반대해왔다. 그런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히자, 도리어 미국이 안전통항을 이유로 통행료를 받겠다는 '해괴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을 향한 공격 재개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전략은 이미 지난 전쟁쟁에서도 펼쳤던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이란과 종전 협상이 결렬됐을 때 미군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통제하면서 이란에 통행료를 낸 선박은 통과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에도 이란은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자체 통행료 부과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맞섰다.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전쟁 2라운드' 국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지 못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제한적 공습과 이란의 맞대응이 반복되는 소모전, 장기전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른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상에 있는 군사 시설은 대부분 공중 폭격을 끝냈고, 민간 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 폭격은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을 넘기 힘들다. 이란전쟁 초기에도 민간시설로 분류되는 이란의 초등학교에 미군 미사일이 떨어져 150명 넘는 아이들이 사망한 적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연안 쪽으로 2026년 7월13일 선박이 지나가고 있다. ⓒ AFP통신=연합뉴스
여기에 국제유가를 비롯한 세계 경제상황과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더욱 줄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제유가 시장은 이란전쟁 재개될 수 있다는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이란에 대한 해상 재봉쇄를 공식화하고 통행료 20%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14일 국제유가를 대표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직전 거래일과 비교해 약 10% 수직상승했다.
브렌트유 역시 큰 폭으로 올라 최근 배럴당 74달러를 보이던 가격대에서 벗어나 80달러 안팎까지 치솟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 내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포컬데이터에 의뢰해 6월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58%가 "이란전쟁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6%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낮은 지지율이 지속될 경우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이번 이란전쟁 2라운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목표도, 적확한 전략도 없이 폭격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