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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SNS에서는 '토마토 코어'가 유행이다. 토마토를 닮은 붉은색 패션과 건강한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런데 토마토엔 흥미로운 역사가 있다.

16세기 유럽인들은 토마토를 먹으면 죽는다고 믿었다. 독초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였다. 실제 독성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편견이 토마토를 오랫동안 식탁 아닌 정원으로 내몰았다. '토마토 효과'라는 심리학 개념은 여기서 비롯됐다. 사람은 대상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린다.

[허프 생각] 400년 전 '독초' 토마토가 이젠 약이다 : '노란봉투법 취재'를 통해 얻은 것, 다짐한 것들이 있다
16세기 유럽에서는 독초로 오해받았던 토마토. '토마토 효과'는 사실보다 선입견이 먼저 작동하는 인간의 인지 편향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노란봉투법을 취재하며 문득 토마토 효과가 떠올랐다. 이런 사연이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산업계 움직임을 취재하면서 '답'을 정해두고 있었다. 원청이 맞는지, 노조가 맞는지, 이 법은 성공할지, 실패할지…, 질문보다 결론을 먼저 세워놓고 취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어도 노란봉투법에 관한 논쟁은 온통 찬반과 선악의 문제로 해석되는 중이었다.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한쪽은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고, 다른 한쪽은 "노동권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하지만 현장과 현실은 복잡하고 다단했다.

최근 대법원은 CJ대한통운 사건에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 개정 이전에 발생한 사안으로 보고 구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장에서는 전국택배노조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젠택배를 상대로 잇따라 원청 교섭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쉽지 않았던 원청과의 대화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란봉투법은 이제 막 현실에서 시험대에 오른 제도다. 지금 시점에서 성공이나 실패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노란봉투법의 효과를 어느 한쪽에 유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법 자체보다 산업 구조다. 노란봉투법과 산업 구조 사이의 내밀한 영향과 결과는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 사실은 수수료 문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다.

처음에는 원청과 택배기사들 간의 갈등이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원청이 수수료 단가를 정한 뒤에도 대리점이 기사들과 개별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계약 단가를 조정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사들의 불만은 결국 원청을 향했지만, 갈등은 원청과 대리점, 대리점과 기사 사이의 계약 구조가 맞물린 지점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기사들은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만큼 원청이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청은 "실제 기사와 계약을 맺는 주체는 대리점이며, 그 과정에 본사가 개입하는 것은 또 다른 법적·계약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누구의 주장이 더 옳은지를 따지는 일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실질적 영향력과 법적 권한이 서로 어긋나는 산업 구조 자체가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법은 원청과 교섭하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권한과 책임이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원청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못했고, 대리점은 계약의 당사자이지만 가장 큰 책임의 대상으로 지목받는다.

이 간극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물류산업은 택배기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허브와 서브터미널을 오가는 간선기사, 상·하차 인력, 물류센터 운영 인력, 각종 용역 노동자 등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따라 실질적인 사용자와의 교섭이 확대된다면 앞으로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주체는 택배기사에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행 법체계는 이처럼 복잡한 계약 구조와 권한, 책임을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을까? 원청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대리점과 협력업체의 권한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결국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원청 교섭을 허용했느냐가 아니라, 이 복잡한 산업 구조를 현실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담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의 산업현장 취재를 통해 스스로 달라진 게 있다면, 노란봉투법 자체에 대한 생각보다 취재 현장에 있는 나 자신의 태도다. 취재를 마칠, 무렵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남았다.

원청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산업 구조는 법을 따라갈 수 있는가, 노란봉투법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가 등등.

토마토는 독이 아니었다. 토마토가 한동안 독 취급을 받았던 건 사람들이 토마토를 충분히 들여다보기 전에 이미 결론부터 내렸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된 노란봉투법 연시, 편견에 사로잡혀 들여다보기도 전에 결론을 내린다면 그 결론은 아마도 독이나 약일 것이다.

그러나 숱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산업현장에서 노란봉투법 자체는 독도 아니고 약도 아니다. 노란봉투법은 하나의 정답을 산출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산업 현장의 주체들이 만들어내야 할 그 무엇일 게다. 

성급한 평가는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충돌을 낳고 어디를 보완해야 하는지 차분히 지켜보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16세기 유럽인들이 토마토를 다시 보기 위해 일정한 시간을 투자한 것처럼, 노란봉투법의 사회적 효과 역시 갈등과 봉합의 시간을 거친 뒤에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토마토의 위상과 활용은 400년에 걸쳐 변했다. 노란봉투법도 현장의 숙성을 거쳐 우리 사회의 약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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