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해 서울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발언 기회를 요청했으나, 한성숙 국무총리는 다음 주 국민 대토론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자며 논의를 미뤘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정책 토론은 23일 국민대토론회에 이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맨 오른쪽)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 자료 제출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은 14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국무회의 참석 전부터 부동산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별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국무회의에서 관련 의견을 말하라는 취지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국무회의에서 서울 시민들이 겪는 매매가·월세 급등과 전세 물량 감소 문제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무회의에서는 첫 안건인 촉법소년(형사 미성년자) 문제를 다룬 뒤 부동산 현안에 관한 관계 부처와 기관의 보고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보고가 마무리되자 오 시장은 한 총리에게 "말씀 좀 드려도 되겠느냐"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이 건은 대토론회가 있으니 그쪽에서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며 "시장님의 구두 발언 대신 서류로 받겠다"고 잘랐다.
이에 오 시장은 "서울시가 준비한 보고서를 정책실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부총리께는 미리 전달했다"며 "오늘 발언 기회를 주지 않으실 것 같으니 그 보고서 내용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진행 현황과 주택 공급 지연 원인을 보고서에 담아달라고 주문하자, 오 시장은 "들어 있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월세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법에서는 차이를 보여왔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경험을 내세워 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전세 제도에 대해서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평했다. 전세 물량 감소 역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오 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정책 참사"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압박 등이 전세 공급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냈다며, 이 대통령의 시장 진단에서 공급 문제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23일 열리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누구에게 세금을 더 부담시킬 것인가"에 집중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남3구뿐 아니라 목동과 여의도, 흑석, 고덕 등 재건축·재개발 현안이 있는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부동산 정책이 오 시장의 5선 당선에 가장 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의 이번 국무회의 참석은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앞세운 자신의 정책 노선을 부각하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해 준비한 주장을 직접 설명하지 못한 만큼, 23일 대통령 주재 국민 대토론회에 오 시장이 참석해 이 대통령과 부동산 정책에 관한 입장 차이를 직접 주고받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