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 전 대표를 향한 경쟁자들의 파상공세로 ‘정청래 대 반(反) 정청래’ 구도가 짜여져 있다. 그럼에도 정 전 대표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의 승부수는 어디서 나왔을까. 당원들의 확고한 지지세를 바탕으로 해볼만 하다는 정치적 셈법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8·17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오직 민심, 오직 당심만 믿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다"며 "다시 한 번, 더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고민정 의원 등 다른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링 위에 오른 셈이다.
정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 성공과 강력한 여당을 만들기 위한 '당원 중심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 전 대표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주권정부 이재명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모든 당권은 당원들로부터 나온다"라며 "당원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강하고, 더 유능하고 더 민주적인 당원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고봐 달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사람은 선당후사를 실천해 온 저 정청래"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전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과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이른바 '자기 정치' 비판을 반박하고 김민석 전 총리나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향후 전당대회 국면에서 김 전 총리나 송 의원을 향해 당대표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공세를 펼칠 것으로 짐작된다.
정 전 대표는 "저는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선승리의 기획자가 되겠다"라며 "당을 공명정대하게 운영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정 전 대표가 사면초가의 전선 속에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즉 권리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허프포스트
최근 정 전 대표 지지층 사이에서는 경쟁 주자들이 정 전 대표를 향해 쏟아내는 파상공세에 반발하며 ‘알정찍(알았어, 정청래 찍을게)’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지지자들은 정 전 대표를 향해 "알정찍"을 외치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정청래로 총선승리, 대선 승리가 가능한 지 궁금한 거 아니겠나? 저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왜냐면 (지금) 민주당 비판 지점이 당 분열돼 있다는 것 아닌가? 전통적 지지자들을 묶어 세워야한다. 제가 적임자다. 그리고 살을 붙이는 게 확장하는 것이다. 기본원칙에 출실하지 않고 외연확장은 사상누각이다"라고 주장했다.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부터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 반영 비율이 ‘1:1’로 동일해진 점은 조직력을 쥔 대의원 세력보다 확고한 팬덤을 확보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다른 당권 주자들이 모두 '정청래 저격수'를 자처하고 이에 따라 '정청래 대 반정청래' 구도가 형성되면서 역설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의 중심 인물이 김민석 전 총리가 아닌 정 전 대표라는 점이 부각되는 역설적 효과를 낳고 있다. 정 전 대표 관점에서는 경쟁자들의 집중 견제가 오히려 "부당한 공격에 홀로 맞서는 개혁 투사"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발판으로 작용하고 삼은 셈이다.
친청(친정청래)계라 평가되는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서 "지금 구도는 정청래 후보 한 명에 2 대 1 또는 3 대 1인 걸 보면 지금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수치와 다르게 실제로 김민석, 송영길 이런 후보들께서 느끼시는 건 실제 우리 당원들 지역의 정말 풀뿌리 민심은 다른 거 아닌가"라며 "정 후보 쪽으로 모아지고 있어서 저렇게까지 너무 심할 정도로 2 대 1, 3 대 1로 공격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김민석 전 총리가 1위 후보로서 당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전당대회 적극 투표층이 포진한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정 전 대표의 지지세가 김 전 총리와 충분히 겨룰 만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9일 발표한 차기 민주당 대표 적합도 조사를 보면 정청래 전 대표는 32.1%로 김민석 전 총리(28.3%), 송영길 의원(10.2%)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으로만 한정했을 때는 김 전 총리(47.8%)가 정 전 대표(30.3%)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당락을 가를 적극 투표층의 연령과 지역별 데이터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비율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40대(정청래 40.5% vs 김민석 30.1%)와 50대(정청래 41.5% vs 김민석 28.6%), 60대(정청래 35.7% vs 김민석 32.4%)에서 정 전 대표가 김 전 총리보다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 권리당원의 3분의 1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호남에서 김 전 총리가 35.2%로 정 전 대표(27.0%)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호남 다음으로 권리당원 수가 많은 경기/인천(정청래 33.1%, 김민석 27.1%)과 서울(정청래 36.4%, 김민석 27.2%)에서는 정 전 대표가 김 전 총리를 앞섰다.
여론조사 꽃이 이날 발표한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일반적으로 정치 고관여층이 많이 응답하는 ARS 조사에서도 정 전 대표가 27.8%, 김 전 총리는 25.9%로 오차범이 내지만 정 전 대표가 김 전 대표보다 더 높았다.
다만 정 전 대표가 향후 전당대회 국면에서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는 김 전 총리가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호흡'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YTN뉴스 시사정각에서 "여당은 대통령을 빼면 여당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정부를 뒷받침을 해야 되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 구도에서 본인이 어떤 인식을 당원들에게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정 전 대표는 "제가 대통령과 제일 호흡이 맞다고 생각한다. 4~5년 간 대화 가장 많이했고 속깊은 얘기했고 많은 걸 알고 있다"라며 "염려하지 말라 말씀드린다. (대통령과) 떨어져 있든, 말하든, 말하지 않든 어떤 생각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당정청 원팀, 원보이스 어긋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지난 6일과 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0%포인트다.
여론조사꽃 조사는 지난 10일과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