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실수가 되풀이되면서 대통령의 인지 능력과 국정 수행 역량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찍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말실수를 공격하는데, 이제는 자신이 그런 말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을 둘러싼 건강 논란을 담은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저서를 겨냥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매기 하버먼과 조너선 스완은 최근 출간한 저서 <정권 교체(Regime Change: Inside the Imperial Presidency of Donald Trump)>를 통해 트럼프 2기 백악관의 권력 운영 방식을 추적하면서 대통령의 권한 확대와 내부 의사 결정 과정, 참모들의 우려 등을 담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나이와 체력, 건강 상태를 둘러싼 일부 백악관 내부의 우려를 전하면서 건강 논란에 불을 붙였다.
올해 80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기준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고령 지도자의 건강과 국정 수행 능력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잇따른 말실수까지 더해지며 그의 인지 능력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 공화국 일본?", 나토 회견서 쏟아진 말실수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7월8일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세 차례 주요 사실을 잘못 언급했다.
그는 이란과의 군사 충돌 상황을 설명하던 중 "'이슬람 공화국 일본'이 미사일 111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존재하지 않는 국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란의 공식 명칭에 포함된 '이슬람 공화국'과 '일본'이라는 국가명을 뒤섞은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 핵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도 잘못 말했다. 그는 "JCPOC"라며 "끔찍한 합의였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비판해온 외교 합의의 이름마저 헷갈린 셈이다.
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에게 질문이 있느냐"고 묻는 장면도 나왔다. 현장에서는 젤렌스키와 전쟁 상대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을 순간적으로 혼동한 것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 일정이 있었다며 "의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하메네이를 호메이니로, 일론 머스크 이름도 "리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언급하면서 하메네이를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로 잘못 부르기도 했다.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이란 최고지도자를 맡은 인물이고, 호메이니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이끈 뒤 초대 최고지도자를 지낸 인물로,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6월19일(현지시간) 새 에어포스원 공개 행사에서 통신 장비를 설명하던 중 스타링크를 언급하며 일론 머스크의 이름을 "리온(Leon)"이라고 잘못 불렀다가 곧바로 "일론(Elon)"이라고 정정했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알래스카와 러시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국가 이름 헷갈린 사례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1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혼동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이슬란드에 대해 말하기 전까지 그들은 나를 사랑했다"며 "아이슬란드 문제 때문에 우리 증시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외교 현안으로 다뤘던 것은 아이슬란드가 아닌 그린란드였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확보 구상을 추진하던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월20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혼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11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회담 장소인 알래스카를 러시아로 착각하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러시아로 가서 푸틴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회담 장소는 미국 알래스카였다.
바이든 조롱하던 트럼프, 말실수 부메랑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말실수를 정치적 공격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
2022년 11월 중간선거 유세에서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실언과 행동을 편집한 영상을 대형 화면에 띄우며 공세를 펼쳤다. 또 2024년 2월 대선 캠페인 기간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잘못 부르자 "대단한 일이다, 조!(GREAT job, Joe!)"라며 조롱했다.
이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꺼냈던 말실수 카드가 자신을 향하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고령 정치인의 건강과 리더십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