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디지털자산과 AI 비즈니스 시장에서도 우리가 먼저 고객과 사업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이 이야기한 그 어젠다를 그룹 차원에서 관장하는 조직이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미래전략부문이다.
그룹의 전략·시너지·ESG를 담당하는 전략담당과 AI·데이터·디지털혁신을 담당하는 AI·DT추진본부를 아우르는 대조직이다. 그리고 그 자리의 수장에 앉아 있는 이창권 부문장이 양종희 회장의 자리에 도전하는 '도전자'가 됐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지난 3일 확정한 차기 회장 숏리스트 6인에는 양종희 회장과 이재근 글로벌·WM/SME부문장,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등 내부 후보 4인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외부 후보 2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창권 KB금융지주 미래전략부문장은 양종희 회장과 함께 KB금융그룹의 미래를 고민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회장을 제외한 내부 도전자 3인 가운데 이창권 부문장이 양종희 회장과 함께 그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도전자로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현직 회장의 신임, 그리고 '가장 가까운 도전자'라는 위치
이 부문장과 양종희 회장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문장이 KB금융지주 전략기획실에서 일하던 당시, LIG손해보험 인수 사후처리를 지휘한 전략총괄 담당 부사장이 바로 양종희 회장이었다.
이후 윤종규 전 회장이 그를 KB국민카드 대표로 선임했고, 다음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양종희 회장은 이 부문장의 KB국민카드 대표 연임, 그리고 1년 후 지주 부문장 발탁을 결정했다. 이 부문장이 전현직 회장들의 신임을 모두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력은 이 부문장의 그룹 내 입지를 탄탄하게 만든다. 이번 회장 도전이 성사되지 않고 양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이 부문장은 유력한 2인자이자 차차기 회장 주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회장 교체론이 힘을 받는다면, 회장이 바뀌더라도 그룹 경영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로서 회추위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만 같은 이력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종규·양종희 두 회장의 신임을 받았고, 양 회장 대에서 부활한 '부회장급' 부문장 체제의 주인공이 된 인물인 만큼, 현 회장 체제가 만든 인사 구도의 수혜자로 바라볼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에서 '부패한 이너서클', '참호 구축' 등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독립성을 의심받기 쉬운 위치이기도 한 셈이다.
◆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문장, 회장의 직무와 가장 닿아있다
이번 승계 레이스에서 이 부문장이 가진 구조적 우위는 직무 그 자체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추위가 후보들에게 물을 '그룹의 미래 비전'이라는 시험지를 현직에서 미리 풀고 있는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AI 등 그룹의 미래와 직결되는 성과물이 쌓여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지난해 5월 금융권 최초로 문을 연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KB GenAI 포털'이 대표적 사례다.
KB GenAI 포털은 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등 8개 계열사가 협업해 구축한 플랫폼으로, KB금융은 이를 기반으로 2026년까지 58개 핵심 업무 영역에 300여 개의 AI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성공적 디지털 혁신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래전략부문 자체가 그룹의 전체적 AX(AI 대전환)를 책임지기 위해 올해 전략담당과 AI·DT추진본부를 통합해 신설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 부문장은 그룹의 현안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그룹 경영 경험은 만점이지만 은행 경험 없다는 약점, 양종희 행보와도 겹쳐보인다
1965년생인 이 부문장은 서울 중앙고와 고려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2008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로 자리를 옮긴 뒤 KB국민카드 분사를 실무로 이끌었고, 훗날 그 회사의 대표까지 맡았다. 지주와 카드사를 오가며 전략기획·경영기획·신사업 부서장을 거쳤고, 2015년 지주 복귀 후에는 전략기획부장부터 전략총괄(CSO) 부사장, 글로벌전략총괄(CGSO)까지 정통 전략 라인을 밟았다.
LIG손해보험 인수 사후처리, 현대증권 인수,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그룹의 3대 빅딜에 모두 관여했다는 점도 그의 경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KB의 현재 포트폴리오 상당 부분이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2022년 1월부터 3년간 이끈 KB국민카드에서는 뚜렷한 실적 곡선을 남겼다. 취임 첫해인 2022년 순이익은 3786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고, 2023년에도 3511억원으로 7.3% 줄었지만, 마지막 해인 2024년 4027억원으로 14.7% 반등시켰다. 고금리 조달비용 부담이라는 업황 악재 속에 비용 효율화와 건전성 방어로 만들어낸 숫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런 경력에서 오는 약점도 뚜렷하다. 양종희 회장을 제외한 내부 후보 3인 가운데 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후보는 이 부문장이 유일하다. 이재근 부문장은 3년간 국민은행장을 지냈고, 이환주 행장은 현직 은행장이다. 그룹 순이익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은행을 직접 경영해본 적이 없다는 점은 회장 레이스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직인 양종희 회장 자신이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비은행 출신 회장'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도 나온다. 양 회장의 경력 행보를 보면 국민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해 비은행계열사(카드), 지주의 전략담당 임원, 그리고 최종적으로 부회장급 지주 부문장 등을 지낸 이창권 부문장의 이력과 상당부분 겹쳐보인다는 것이다.
양종희 회장 역시 주택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한 인물이지만, KB국민은행에서 서초역 지점장을 거친 뒤 KB금융지주로 이동해 이사회 사무국장과 전략기획부 부장,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근무했다. 이후 LIG손해보험 인수 실무를 주도한 뒤 2016년 KB손해보험의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으며 KB금융지주의 부회장을 거쳐 2023년부터 KB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