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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교사는 히틀러와 나치당을 찬양하는 등 위험한 수준의 발언을 한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 해당 학부모는 교사가 자신의 가치관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가스라이팅'을 했다며 항의했고,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학교 정문에 게시한 '더불어 함께하는 우리'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보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며 교무실에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도 있었다. 선거철이 아니던 때였다. 또 다른 교사는 선거철 수업 중 칠판 필기에 사용한 분필 색깔을 두고 "왜 특정 색을 많이 사용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히틀러 찬양 막았더니 가스라이팅이라 한다' 민원에 흔들리는 교실 : 선생님은 왜 교과서만 읽는 사람이 됐나
학생들이 교실에서 시험을 보는 있다(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는 일과 학생들의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일, 교사들은 두 가지 과제 앞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교과서에 담긴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것조차 편향으로 해석되고 민원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육과 정치적 중립성 사이의 어려운 선택에 놓였다. 일부 교사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역사적 맥락 설명과 토론을 빼버리고 '방어적 수업'만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9일 발표한 한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2.4%)은 현실 정치와 사회 현안을 학교 교육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5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도 76.7%가 찬성했고, 정치적 중립 의무는 수업과 학생 지도 등 교육활동과 직무 수행 범위 안에서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1.7%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층에서도 69.2%, 학부모에서도 78.7%가 교사의 정치적 권리 보장에 동의해 교육 자율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인됐다.

민원에 멈춘 역사교육, 교과서 밖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교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달랐다. 2025년 11월3일부터 11월 9일까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조사'에서 응답자 1937명 중 391명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항의나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고·고소 위협은 169건, 실제 법적 절차로 이어진 사례도 39건이었다.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한 분야는 역사교육이었다. 민주화운동, 5·18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등 교육과정에 포함된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이라는 항의를 받았다는 사례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와 3·1운동, 유관순 열사를 다룬 수업이 '좌파 교육'이라는 민원으로 이어졌고, 5·18민주화운동 수업 역시 '좌파 사상 주입'이라는 항의를 받은 사례가 제시됐다.

세월호 참사 관련 안전교육과 추모 활동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관련 도서나 노란 리본 삽화까지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면서 추모와 안전교육조차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사노동조합총연맹은 "살아 있는 시민교육을 하려고 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하라고 하고,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말해도 편향되었다고 한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학교의 민주시민교육이 부족하다고 하고, 다시 제대로 가르치려 하면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혐오는 교실로 들어왔는데, 대응은 교사 개인의 몫

동시에 학교 안에서는 혐오와 역사왜곡 표현이 학생들의 언어와 교실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전교조가 진행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학생의 말과 과제물, 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목격했다는 교사는 73.9%였다. 다른 교사나 학생을 통해 사례를 접한 경우까지 합치면 89.3%에 달했다. 해당 조사에는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과 청소년 1636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장소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사적 대화가 77.3%로 가장 많았지만, 수업 중 발언도 52.6%, 과제물·발표 자료도 20.8%를 차지했다. 온라인에서 확산된 혐오 표현이 교실 안까지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접한 표현은 정치인이나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내용(88.9%)이었고,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을 향한 혐오·차별 표현도 86.8%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이를 일부 학생의 장난으로만 보지 않았다. 88.4%는 고교야구부 혐오 응원 논란을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의 결과'라고 봤고, 원인으로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94.0%),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 언어(74.4%)를 꼽았다.

교사들은 이미 교실 안에서 이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수업에서 혐오표현·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가치 훼손 문제를 다뤄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51.0%, 생활지도 과정에서 지도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6.2%였다.

하지만 지도 이후에도 학생들의 태도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도 과정에서 "장난이었다"(56.0%), "다른 애들도 다 써서 따라 썼다"(55.5%)는 반응이 많았고, 지도 이후에도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는 응답은 32.1%였다. 반면 학생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교사들이 관련 사안을 교육적으로 다루기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대한 우려(69.9%)였다.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 우려(60.1%), 온라인 문화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반발한다는 점(47.0%)도 뒤를 이었다.

정작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혐오표현과 역사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기를 원했다. 가장 많은 학생이 꼽은 대책은 '학교에서 관련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55.3%)이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는 수업(42.9%), 심각한 혐오·차별 행동에 대한 학교의 분명한 조치(35.0%)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관련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왜 그것이 문제인지 이유를 설명하는 것'(55.6%)이었다. 혐오와 차별은 멈춰야 한다는 원칙을 배우는 것(33.8%), 사실과 근거를 확인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30.2%)도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교사는 가르칠수록 논란을 걱정하고, 학생은 제대로 배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필요한 교육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교조는 혐오표현과 역사왜곡 문제에 교사 개인이 홀로 대응하지 않도록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민주주의·인권·역사 교육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위축되지 않도록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과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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