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로 구호물자를 운송하던 팔레스타인 트럭 운전기사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의해 '즉결 처형' 방식으로 사살됐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트럭에 함께 타고 있던 목격자들은 해당 운전기사가 두 손을 들고 항복한 상태에서 대화나 경고 없이 머리에 총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총격을 인정했지만 '절차 위반'에 따른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2026년 5월26일 가자지구 중부의 이른바 '옐로우 라인(Yellow Line)'이 내려다보이는 군사 진지를 점령하고 있다. ⓒ AP통신=연합뉴스
영국매체 가디언은 9일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식량 구호물자를 실은 호송대 운전자가 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필라델피 회랑에서 트럭 고장으로 멈춰 있다가 이스라엘 군인들의 검문과정에서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목격자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인들은 현장에 도착해 운전기사에게 하차 명령을 한 뒤 그의 옷을 벗기고 뜨거운 햇볕 아래 대기시켰다.
이어 한 군인이 아랍어를 못 알아듣는 듯 운전기사에게 다가 말을 걸다가 갑자기 두 손을 들고 있던 운전기사의 머리에 총을 쐈다. 운전기사는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수송기업협회 부회장 지하드 에슬림은 사망한 운전자를 포함한 호송대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월드센트럴키친을 통해 '100% 사전 조율'을 거쳤으며, 피해자가 안전조끼와 이스라엘 방위군 승인 허가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망한 운전기사는 40세로 두 살 미만 자녀 2명을 둔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당시 트럭에 있던 3명이 절차를 위반해 트럭에서 내렸고, 이 과정에서 피격당한 운전자가 달려와 즉각적 위협을 인지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되풀이되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구호인력 총격' 논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구호자들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니,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전쟁범죄이다.
올해 5월21일 팔레스타인 운전기사 2명이 이스라엘군에 며칠간 구금된 뒤 라파 로터리 인근에서 석방됐으나, 몇 미터 걸어간 뒤 자신들을 붙잡았던 군인들에게 총격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이스라엘군은 해당 경로가 사전조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수송기업협회는 경로가 정식승인됐다며 반박했다.
앞선 올해 4월에는 가자지구 북부 만수라의 지정 급수처에서 물을 채우던 유니세프 소속 운전기사 2명이 이스라엘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때도 이스라엘군은 구체적 설명 없이 군인들이 "위협을 인지했다"고만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구호 인력 대상 전쟁범죄은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2024년 4월에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구호 호송대를 겨냥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월드센트럴키친 직원 7명이 사망했다. 당시 희생자에는 팔레스타인 국적자뿐 아니라 영국, 호주, 폴란드, 미국, 캐나다 국적자도 포함돼 있었다.
에슬림 가자지구 수송기업협회 부회장은 "구호물자 운전기사들은 구타, 학대, 굴욕에 매일 노출돼 있다"며 "이번에 운전기사를 쏜 군인이 이후 생존한 동승자들에게 '너희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구호 인력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의도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자지구 수송기업협회는 항의 차원에서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