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공소청(검찰)의 경찰 통제 권한을 한층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견줘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10일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법안 모두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검찰개혁의 큰 원칙은 같다. 다만 민주당 TF안은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검찰의 경찰 견제 장치를 대폭 보강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한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민주당 TF안과 김용민·박은정 공동 대표발의안 등을 병합 심사할 예정인 가운데 법안심사의 초점은 검찰개혁 이후 '경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맞춰질 전망이다.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공소청 검사의 경찰 통제 권한의 강약이다.
민주당 TF안은 경찰의 수사 지연이나 부실수사를 견제하기 위해 공소청의 통제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소청장이 해당 경찰관의 교체와 직무배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고, 필요하면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송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특정 수사관서에서 적정한 보완수사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소청장이 보완수사를 담당할 수사관서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폐지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부활시켰다. 경찰이 고발 사건을 불송치한 경우 고발인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를 복원한 것이다.
경찰관 교체·직무배제 요구권과 사건 이송 요구권,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부활까지 담은 것은 경찰 권한이 과도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경찰 견제 장치를 다층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 소속 김한규·박상혁·이해식 의원(왼쪽부터)이 9일 국회 의안과에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이처럼 경찰 통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최근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완수사권이 있음에도 장윤기 사건이 발생했다. 존치한다고 해서 장윤기 사건 같은 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경찰의 이해관계 수사를 막는 방식으로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기관이 자정과 견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용민·박은정 공동 대표발의안은 검찰이 경찰관 개인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보다 제도적·절차적 견제를 통해 경찰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함께 '검사와 사법경찰관리 협력 및 사법경찰의 수사권 통제법' 제정을 추진했다. 경찰 수사 과정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검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보완수사 요구권은 유지하되 경찰관 교체나 직무배제, 징계 요구와 같은 직접적인 인사 통제 권한은 인정하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과 같은 경찰의 부실수사나 은폐 의혹 역시 공소청의 직접적인 통제보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박은정 의원은 지난 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경찰의 부실수사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로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다"며 경찰 비리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로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의원도 경찰의 부실수사나 봐주기 수사는 공소청 권한 확대보다 법왜곡죄 도입과 독립적인 감찰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왼쪽)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완수사 기한도 다르다.
민주당 TF안은 원칙적으로 보완수사를 1개월 안에 마치도록 하고 필요하면 검사가 그보다 더 짧은 기한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김용민·박은정안은 원칙적으로 3개월의 보완수사 기간을 보장해 충분한 수사 기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결국 두 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는 원칙은 같지만, 검찰개혁 이후 경찰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김용민·박은정안이 검사의 경찰 직접 통제보다 절차적 견제와 인권보호 장치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민주당 TF안은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공소청의 경찰 통제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 셈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속도감 있게 하되 내용을 채워가면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사위 1소위원장이자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도 "내용이 방대하고 절차적 복잡성이 있어 검사의 수사권 삭제 등을 큰 틀에서 독해했다"며 "다음 주 초 두 차례 정도 소위를 열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심사에서는 경찰관 교체·직무배제·징계 요구권과 사건 이송 요구권,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부활 등 민주당 TF안이 새롭게 담은 경찰 견제 장치의 수위를 둘러싼 논의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