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가 불과 3주 만에 사실상 휴짓조각이 되고 있다. 글로벌 유력 외신은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어느 한쪽이 무릎을 꿇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발표한 가운데 11일(현지시각) 배포한 영상 이미지에서 발사체가 발사되고 있다. ⓒ 미군 중부사령부=로이터=연합뉴스
미군 중부사령부는 13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의 목표는 핵심 국제 수역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과 민간선원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습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선박 등 민간선박을 공격하고, 미군이 여기에 맞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미군은 지난 7~8일에 이어 11일, 그리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한 이날까지 네 차례 공습을 진행했다.
이번 충돌은 2026년 6월14일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의 모호한 조항에서 직접 비롯됐다.
양해각서 제5조는 "이란은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란은 이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한을 이란이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를 6월14일 맺은 뒤 선박들이 이란의 영해인 호르무즈 북측 경로를 통과하도록 강제하면서 사실상 통행료 징수와 권한강화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종전 양해각서가 이란에 해협통제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와 통행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은 무력충돌을 재개했고, 종전 양해각서는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미국 NBC 및 CNN방송과 나눈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는 어젯밤 이란을 매우 강하게 공격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이란을 사정없이 폭격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란을 상대로 휴전이 종료됐음을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전직 미국 국무부 관료이자 최근까지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래트니는 이란이 종전협상을 모두 무너뜨리더라도 호르무즈 통제권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마이클 래트니는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통해 미국과 분쟁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확인했다"며 "이제 이란은 이 협상 지렛대를 유지하기 위해 휴전 붕괴까지도 감수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 LNG선 알레카야트호. ⓒ 마린트랙픽 홈페이지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를 서둘러 성사시키려고 했던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바라봤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경제적 절박함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급등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너무 쉽게 바라봤다는 것이다.
이번에 위기에 처한 종전 양해각서는 처음부터 세계 경제의 숨통을 틔우려는 미국의 절박함과, 제재 완화 및 석유수출 재개가 시급했던 이란의 절박함이 맞물린 일시적 현상에 불과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확전국면이 결국 '이란'과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세계 나라들' 중 어느 쪽이 경제적 고통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진단했다.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20% 가량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발로 세계경제,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는 반면, 이란은 원유 수출이 막힐 경우 경제자체가 마비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해운업계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란의 공격위험을 감수하고 오만에 가까운 남쪽 항로를 선택할지, 높은 통행료를 물고 이란의 통제권을 인정하는 북쪽항로를 택할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대치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