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8·17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제를 8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2030 표심 이탈에 대응하기 위한 쇄신 정책이라 주장하지만 지지층 사이에서는 "갑작스럽게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젊은 스피커 역할을 할 홍위병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왼쪽)과 김형남 전 서울시장 경선 후보. ⓒ연합뉴스
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이 청년최고위원을 8월 전당대회부터 도입하기로 하면서 민주당 당권 주자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청년 최고위원제는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대표 체제에서 당 혁신안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2018년 '집권 여당의 지도력 압축·강화'를 이유로 폐지됐다. 민주당이 이를 8년 만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앞서 민주당 전준위는 전날인 7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을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나라와 당의 미래도 청년들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며 "당원 직선 청년 최고위원"을 제안했다.
김 전 총리의 제안 직후 전준위 결정이 나오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김 전 총리에게 우호적인 최고위원 구성을 위한 장치 아니냐는 의심까지 생기고 있다.
이런 의구심은 청년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의 면면을 통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한 청년 후보는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김형남 전 서울시장 경선 후보 두 명이다.
이들 모두 2030 세대를 대변한다고 스스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정치적 메시지는 정청래 전 대표 체제와 유시민 작가 등을 비판하는 데 집중돼 있다.
2001년생인 정민철 부의장은 7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 진영은 단 한 번도 '문화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싸울 전선조차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저를 두고 누군가는 촉법 평론가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을 건물에 비유하며 '대통령이 당을 재건축하려 한다' 주장하기도 했다"며 "아니다, 정치는 건물이 아니라 강물이다. 우리 안에 누구도 허물지 않고, 더 많은 물줄기가 흐르도록 그 물길을 넓히겠다"고 했다. 유 작가를 콕 집어 노린 발언이다.
앞서 유 작가는 지난달 26일 공개된 딴지방송국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400회 방송에서 "정치 비평의 영역에 철거 전문 비평가를 투입했다. 그들만의 힘으로 이걸 철거하기에는 너무 버거우니까 용역을 썼다. 저는 이거를 용역 평론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에는 촉법평론가들이 있다. 평론가에게 우리가 물어야 될 지적 책임성을 적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평론가들"이라고도 했다.
유시민 작가가 26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의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400회 특집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확장 정책을 재건축에 빗대서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
유 작가는 청와대 선물 언박싱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일부 평론가들을 두고도 "청와대에서 받은 선물을 언박싱하는 사진을 막 소셜미디어에 올리잖나. 이거는 너무 천하고 상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정민철 부의장은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천하고 상스러운 촉법평론가? 천하다 손가락질 받아도 좋다. 그것이 숨죽인 청년들에게 닿는 길이라면, 정민철은 기꺼이, 더 천해지겠다"면서 유 작가의 지적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스스로 밝혔다.
그는 이어 "선생님이 스튜디오 의자에 편안히 앉아 한 편의 평론을 다듬는 그 시간에 저는 1분1초를 다투며 거짓과 싸운다"고도 했다.
김형남 전 서울시장 경선 후보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김씨는 3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의 길이 아니라, 대통령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이슈를 주도하는 믿음직한 집권 여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후보는 "코어와 주인을 운운하며 당원의 계급을 나누고, 김대중의 지지자인지 노무현의 지지자인지 문재인의 지지자인지 이재명의 지지자인지 따져 묻는 지도부로는 우리 당의 지지층을 넓혀갈 수가 없다"고 했다. 유 작가의 '재건축론'과 정청래 전 대표 체제의 당 운영 방식까지 동시 겨냥한 비판으로 읽힌다.
민주당의 청년정치는 할일이 태산이다. 청년의 주거·일자리·젠더갈등·온라인 정치문화 등 돌봐야 할 의제가 차고 넘친다. 청년과 소통하고 이들의 요구를 당의 정책과 노선에 녹여내는 일에도 24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촉법 평론가'를 자처한 인물들이 청년최고위원으로 나섬에 따라 민주당 '청년정치'가 결국은 당권을 둘러싼 계파 투쟁으로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