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제3자 뇌물죄 혐의 재판이 다시 진행된다.
수원고법 형사2부가 10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했다. ⓒ연합뉴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면서 김 전 회장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 새로 진행되게 된 것이다. 김 전 회장의 뇌물 혐의 재판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과 관계가 있어 판결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수원고법 형사2부(김건우 임재남 서정희 부장판사)는 10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비용(500만 달러)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800만 달러 송금과 관련해 허가 없이 외화를 반출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경기도의 지원 및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방북 등을 위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돈을 보낸 행위는 하나인데 검찰이 죄목만 바꿔 두 번 기소했고, 이는 이중기소(상상적 경합)이므로 뇌물 혐의 재판은 끝내겠다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형법상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고, 실체적 경합은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죄를 범한 경우를 의미한다. 1심은 800만 달러 송금이라는 하나의 행위에 대해 죄명만 달리한 것으로 봤지만, 항소심은 두 범죄의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이 달라 별개의 범죄라고 판단했다. 돈의 이동 과정이 겹치더라도 두 범죄는 본질적으로 다르기에 실체적 경합으로 바라봤다.
2심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외국환 관리 질서와 국제 수지 균형 및 통화 가치의 안정이라는 국가·경제적 법익인 반면 이 사건 뇌물 공여죄의 보호 법익은 직무 집행의 공정성과 국가 기능의 공정성에 관한 것으로 양 죄의 입법 목적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외국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실행 행위가 일부 중첩됐더라도 구성 요건과 보호 법익을 달리하는 별개의 공소 사실을 두고 법률상 한 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 결정에 따라 김 전 회장은 수원지법에서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정식 재판을 받게 된다. 김 전 회장은 800만 달러 대납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2024년 7월 1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 상태이다. 이에 이제 또 하나의 대형 뇌물 재판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김 전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3자 뇌물죄는 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의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인 만큼 김 전 회장 재판에서 인정되는 사실관계가 향후 관련 사건 판단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