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국내 유통·식품업계의 발걸음은 오히려 몽골로 향하고 있다. CU와 GS25는 현지 편의점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고, 이마트는 노브랜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한국산 식재료를 앞세워 현지 생산에 나섰고, 정부는 관세를 낮추고 정책금융까지 지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달 몽골에 600호 점포를 냈다. 몽골 진출 8년 만의 성과다. ⓒBGF리테일
눈여겨볼 점은 '어떻게 팔 것이냐'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현지에 유통망을 먼저 구축하고 한국산 원재료를 공급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몽골이 단순한 수출 시장을 넘어 K유통과 K푸드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한·몽 경제협력 확대와 맞물리며 더욱 속도가 나고 있다. 양국은 현지시각으로 9일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국빈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원칙적 타결에 합의했다. 상품 품목과 수입액 기준 90% 이상을 개방하기로 했고, 몽골은 한국 화장품 관세를 즉시 철폐하는 한편 라면과 조미김도 5년 안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도 기업들의 현지 안착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몽골 정부와 유통물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한국수출입은행은 몽골무역개발은행(TDB)과 3000만달러 규모의 전대금융 지원 협약을 맺어 현지 기업의 한국 제품 수입 확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이미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몽골 유통망은 상당 부분 한국 기업들이 선점한 상태다. 올해 6월 기준 CU는 603개, GS25는 299개, 이마트는 6개 현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계 편의점은 모두 900개를 넘어 현지 편의점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이다. 최근 몽골 600호점을 열며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단일 해외 국가에서 600개 이상 점포를 운영하게 됐다. 단순히 점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푸드센터와 물류센터를 구축했으며, K푸드와 K뷰티 상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몽골 전통 음식을 상품화하는 등 현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 역시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현지 스카이하이퍼마켓과 손잡고 노브랜드 전문점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전용 물류 클러스터를 구축해 유통망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통망이 갖춰지자 식품기업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GS25다. 최근 몽골에서 한국산 쌀과 한돈을 활용한 도시락과 김밥을 현지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완제품을 수출하는 대신 한국산 원재료를 공급하고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계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는 새로운 공급망 모델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방식에서 '현지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식품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몽골 식품 유통기업 막시무스와 3년 동안 100억 원 규모의 수출 확대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믹스커피 중심에서 조제분유와 멸균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으로 품목을 넓혀 현지 유통망 1만3천여 곳을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맥주 '크러시'를 앞세워 이마트와 CU, GS25 등 한국계 유통망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몽골을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구는 350만 명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34세 이하인 젊은 국가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인구 절반가량이 모여 있어 유통망 구축 효율이 높고, 경제 성장과 함께 소비시장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몽골의 실질 GDP 성장률은 6.8%를 기록했고,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몽골은 '작지만 깊게 공략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이미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판매 채널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현지 생산, 물류 인프라를 결합한 공급망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지만 성장 여력이 큰 시장에서 판매 채널을 넘어 공급망까지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