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익의 쌍두마차인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과 나이절 파라지 영국 영국개혁당 대표가 각각 사법리스크를 선거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두 유럽 정치인이 '나는 잘못이 없다, 국민이 심판하라'는 논리를 펼치는 것을 두고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사법리스크를 선거로 극복했던 방식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리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 ⓒ EPA=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사설에서 르펜 프랑스 의원과 파라지 영국 대표가 각각 횡령 유죄판결과 정치자금 미신고 의혹에 직면하자 사법적 심판을 유권자의 심판으로 되돌리려는 전략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행태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를 박해로 규정하면서 극복했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바라봤다.
마린 르펜 의원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오랜 지도자이자 하원의원으로 2027년 세 번째 대선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프랑스 극우진영의 핵심인물이다.
그는 유럽의회 보좌직 관련 자금을 전용한 혐의로 2025년 3월 1심에서 유죄판결과 5년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7월7일 파리 항소법원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전자발찌 착용을 조건으로 202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출마는 가능하도록 형량을 낮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르펜 의원이 항소법원의 판결에도 상고해 형 집행을 정지시키면서 전자발찌 착용없이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을 열게 됐다고 분석했다.
르펜 의원은 항소법원의 판결 직후 2027년 열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202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극우세력의 부상과 중도 및 중도우파 진영의 분열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최고법원(파기법원)의 최종 판단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하는 2027년 초에 나올것으로 예상돼 선거판도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르펜 의원이 유죄가 최종 확정된 채로 대통령 선거를 완주한다면 부동층 유권자의 지지를 잃어 국민연합의 이미지 쇄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바라봤다.
나이절 파라지 영국개혁당 대표. ⓒ EPA=연합뉴스
나이절 파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의 국민투표를 주도했던 영국 우파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파라지 대표는 가상자산 억만장자 크리스토퍼 하본으로부터 받은 500만 파운드 기부금을 하원의원 취임 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영국 의회 기준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파라지 대표는 의원직을 사임한 뒤 재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재신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라지 대표의 이와 같은 승부수가 다른 영국 주요정당들이 그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보궐선거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고 짚었다.
파라지 대표가 재선되더라도 500만 파운드 정치자금을 향한 조사가 재개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통신=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의 두 우파 정치인의 이런 전략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행보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2024년 뉴욕 성추문 입막음, 2020년 대선결과 뒤집기 시도, 기밀문서 불법보관 등 4건의 형사기소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적 박해를 주장하면서 유권자에게 직접 심판을 맡긴다는 전략으로 버티면서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재선 뒤에는 특별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을 취하해 형사기소가 대부분 무력화됐다.
트럼프 대통령 사례는 유권자의 선택이 문자 그대로나 은유적으로 감옥행을 면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