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나보다 휴대폰이 더 좋아?" 아이가 부모에게 툭하고 던진 이 한마디가 단순한 투정이 아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스마트폰 과몰입이 자녀에게 '나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가'라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는 사람. ⓒ픽사베이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월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게재된 연구 '"엄마, 엄마는 나보다 휴대폰을 더 좋아해?": 부모의 기기 사용과 청소년-양육자 애착 관계'는 부모와 보호자의 스마트폰 의존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퍼빙(phubbing)'이다. 퍼빙은 '전화(phone)'와 '무시하다(snubbing)'를 합친 말로, 함께 있는 사람과 대화하기보다 스마트폰 화면에 빠져 상대를 소외시키는 행동을 뜻한다. 문제는 부모의 퍼빙이 자녀에게 정서적인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미국에 거주하는 12~17세 청소년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상당수 청소년은 부모에게 말을 걸거나 관심을 받고 싶을 때 부모가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면 "내가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답했다.
연구의 주 저자인 돈 그랜트(Don Grant) 박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부모의 퍼빙을 두고 "아이의 애착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영향은 평생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아이가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을 잃으면, 이는 ‘불안정 애착’으로 이어져 자존감과 정서적 안정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연구진은 부모가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불안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무심한 화면 응시가 아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소셜미디어 중독 문제는 이미 꾸준히 제기돼 왔다.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용자를 오래 붙잡아두도록 설계됐다는 비판과 함께 이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문제가 있다. 바로 '부모의 스마트폰 의존'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이번 연구는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아이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2023년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부모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을수록 자녀 역시 화면 의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4년 미국 소아과학회지(Journal of Pediatrics)에 실린 연구는 부모의 퍼빙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아이들의 칭얼거림이나 짜증, 분노 행동과 연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