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인도가 지연되자 추가 방공망 도입을 물색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및 이란전쟁에 따라 방공무기 재고와 생산능력에 한계에 직면하면서 스위스에 미사일을 넘기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기존 패트리엇 구매 계약은 유지하되 한국·프랑스·이스라엘과 제2 방공체계 도입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패트리엇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 한국 합동참모본부
30일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의 분석에 따르면 스위스의 방공망 도입을 둘러싸고 한국의 천궁-II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등 다층 방공체계가 가격·납기·성능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스위스의 중립국으로서 지위와 정치적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패트리엇 인도 지연, 스위스에도 불똥
스위스는 2022년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록히드마틴이 제작한 패트리엇 방공체계 5기를 전체 약 23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4조3천억 원)에 주문하고 2026~2028년 순차 인도를 전제로 ‘에어 2030(Air2030)’ 방공·공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그러나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전쟁에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대거 투입하면서 재고가 급감했고, 우크라이나와 중동 동맹을 우선하는 재배치 정책 속에 스위스 인도 물량이 후순위로 밀렸다.
실제로 미국은 2025년 7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우회 지원하기 위해 스위스에 인도하는 일정을 늦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 있는 패트리엇 2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독일 재고를 우선 채우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이란전쟁까지 2026년 2월 말 터지면서 미국의 방산물자 재고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전쟁에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1200기 이상 소모했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연간 구매량의 약 10배인 1천 기 이상 발사하면서 군수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위스 정부는 '패트리엇의 인도 지연이 계속되면 계약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힐 만큼 미국산 체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으로 파악된다.
마르틴 피스터 스위스 국방장관은 2026년 4월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패트리엇 인도가 지연되는 것이 지속된다면 구매취소는 언제든 가능한 선택지"라며 "가능한 모든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립국 스위스의 지정학 리스크
중립국을 자임해 온 스위스는 우크라이나전 이후 ‘중립의 실질 내용’이 크게 흔들리며 국내 정치·외교·경제 전반에서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유명무실한 중립이냐, 아니면 현실적 서방 편입이냐를 두고 국민투표와 의회 논쟁이 반복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러시아 제재 동참 여부를 놓고 내부 논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방공과 미사일 시스템처럼 전략성이 높은 무기 조달에서는 서방무기를 들여올 경우 스위스가 결국 서방 세계의 안보체계에 줄을 서게 되는 것 아니냐는 내부적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스위스가 방산 공급망을 미국과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들도 이번 패트리엇 인도 지연 사태를 계기로 스위스가 방산 공급망 다변화와 자율성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