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와 CNN등 미국 주류 언론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영향력이 커졌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석유 공급 대란'으로 인한 타격이 적었고, 정책적으로 키워온 친환경 산업의 수출량이 늘면서 오히려 이익이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외교적으로도 중국이 미국보다 책임감 있고 안정적인 상대로 보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오른쪽)과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2025년 4월8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미국 기업 앞에서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9일(현지시각)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 문제가 야기돼 경제적 타격이 컸다"면서도 "다만 중국의 경우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아시아그룹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타국과 달리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막대한 석유 비축량이 있다"며 "이를 통해 석유 가격 상승에도 경제 위기를 피해 타국과 제조업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전기 자동차 등 중국이 주도권을 가진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앞서 뉴스위크도 21일 "중국은 정책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투자했고 전기차의 경우 중국 제조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고유가로 전기화의 경제성이 올라가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경우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기 자동차 등 수입량이 급증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석유 외에도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등 화학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나프타, 반도체 공장과 MRI 장비에 사용되는 헬륨, 전기 자동차 배터리와 전기 시스템에 필요한 구리, 니켈, 핵심 광물 정제에 필요한 황과 같은 주요 제품 등의 유통이 어려워졌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화학제품, 금속, 합성섬유 등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오는 해외 황, 헬륨, 나프타에 크게 의존한다"며 "다만 중국 정부는 석유 비축량을 풀고 석유 정제 시설에 대한 수출 제한 및 쿼터제를 시행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피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경쟁하던 여러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망에 타격을 받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유가 상승과 알루미늄, 나프타 부족으로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생산량이 감축되고 생산은 지연돼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었는데 고유가와 에너지 부족으로 동남아시아 제조업 경쟁력 역시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도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시작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에 혼란이 유발됐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과 비교했을 때 다른 국가들에게 안정적인 상대로 비치게끔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은 수년간 스스로가 주권을 존중하고 대화를 중시하며 해외 전쟁을 지양하는 책임감 있는 강대국이라고 강조해 왔다.
뉴스위크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모한 군사 작전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면서 중국의 이란과 미국 사이 협상을 중재하려 노력한 것과 대비시킨다"고 설명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 연구원이자 외교·국방 정책 연구소 소장인 코리 셰이크는 뉴스위크에 "미국의 선택으로 비용과 위험이 발생해 분노한 여러 국가들이 미국 지원을 철회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만큼 무자비해 보이지만 예측 가능성과 전략적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협력해 왔다. 이 때문에 이란 전쟁이 발생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 역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20일 리포트를 통해 이란 전쟁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주 중재자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을 짚었다.
CNN은 "중국이 얼마나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다만 이런 공개적인 방문은 타국이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중국은 책임감 있는 세계 강대국이자 중재자라는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게 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