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의힘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 끝에 당선됐다. 네 번의 도전 끝에 얻어낸 승리로, 페루 역사상 최초의 선출직 여성 대통령이 됐다.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글로벌 외신에서는 이번 후지모리 후보의 당선을 두고 중남미 국가에서 우파의 승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게이코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 당선인. ⓒ 로이터=연합뉴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ONPE)는 29일(현지시각) 개표율 100% 기준 후지모리 후보가 50.135%를 득표해 진보진영 로베르토 산체스 함께하는 페루 후보(49.865%)를 제치고 제67대 대통령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두 후보의 차이는 0.27%포인트였다.
이번 결과는 수주에 걸친 이의신청과 재검표 끝에 나왔다. 후지모리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은 2026년 7월28일로 정해졌으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당선 선포는 7월3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로베르토 산체스 후보가 대통령 선거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혀, 법적 이의제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게이코 후지모리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까지는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이코 후지모리 당선인은 인권 유린 혐의로 투옥됐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1975년 리마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당선인은 부모의 이혼 뒤 19세에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공식 영부인 역할을 맡았고, 미국 유학 뒤 정계에 입문해 2006년 의회에 진출했다.
그 뒤 2011년, 2016년, 2021년 세 차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결선까지 올랐지만 번번이 패배했다. 이번 네 번째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선거에서 후지모리 당선인은 강경한 치안과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을 내세웠다. 영국 가디언은 페루 유권자들이 범죄 급증과 만성적 정치 혼란 속에서 벗어나고자 우파 후보인 후지모리 당선인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게이코 후지모리 당선인은 2024년 별세한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
일본계 이민 2세 출신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년 대통령에 당선돼 인플레이션을 잡고 좌파 게릴라 조직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을 진압하면서 '구국의 영웅'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1992년에는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헌법을 정지시키는 친위쿠데타를 단행하면서 독재자의 길에 들어섰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집권한 기간 정보기관을 동원한 야당 탄압과 강제 불임시술 등 인권 유린이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하지만 그의 독재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0년 측근의 뇌물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민심이 들끓자 일본으로 망명했고, 결국 인권 유린 및 부패 혐의로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 뒤 수감과 병환을 거듭하던 그는 2024년 암으로 사망했다.
페루에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두고 '경제를 살린 지도자'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딸 게이코 후지모리 당선인의 이번 선거 승리는 앞서 10년 간 대통령이 9명이나 바뀐 페루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민심이 강력한 리더십을 선택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